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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삶의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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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퇴근길, 오랜만에 옛친구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그런데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을 것 같았던 그 친구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중학생인 친구의 아들 녀석이 학교를 마친 후 학원도 빼먹은 채 늦게 귀가한 모양이었다.

그 일로 집안이 시끄러워졌는데, 엄마가 벌을 주려니 그 녀석이 반항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슬픔에 잠겼다고 한다. 그날 이후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하였지만, 정작 문제는 아들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인이 친구에게 화를 낸다는 것이다.

아들 녀석을 타이르고, 아내를 달래느라 마음고생이 심해지면서 친구가 자신의 생활리듬을 잃어버렸다는 고민이었다. 툭하면 짜증을 내고 투정을 하며 우울해 하는 아내로 인해 그 친구는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나도 이 친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마치 인생의 사춘기를 살아가는 듯하다. 그들만이 사춘기가 아니라 나도 불안하고 우울하니 나도 사춘기라고 설명해야 할까. 내 마음속 답답함과 우울함은 아무 데도 풀 데가 없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편씩 쏟아져 나오는 연구논문을 읽어야 하고, 가정에서는 식욕이 왕성한 아들 녀석과 혈기왕성한(?) 아내의 짜증을 들어주어야 한다. 대학의 위기에 따른 내일의 고민이 커져만 가는 나는 어쩌면 가정과 직장의 '경계인'인지도 모른다.

나는 온전히 가정에도 직장에도 속해 있지 못하는 삶의 사춘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내 주변에는 IMF 외환위기로 실직한 가슴 아픈 친구들도 적잖다. 그들은 이 추운 겨울에 어떤 경계를 넘나들며 아파하고 있을까. 사회의 모든 고민을 떠안아야 하는 우리 중년 가장의 사춘기는 누가 달래줄 것인가.

최근 뉴스에서 소비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성장률이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숱한 서민 가장들의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여의치 못하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썰렁하기까지 하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이 가까워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려 본다. 그리고 가슴에 희망을 새겨본다.

박환재(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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