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함께 영남대에서의 나의 강의도 이제 긴 휴식에 들어간다. 지난 강의기간 동안 오늘의 젊은 신세대 대학생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신선하고 가슴이 설레는 감동의 시간들이었다.
눈앞에 드러난 오늘 우리사회의 모습은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논쟁의 틀에 갇힌 채 혼란과 갈등에 휩싸여 있지만 나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지나치리만큼 턱없이 낙관하고 있다. 지난 월드컵 당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700만 '붉은 악마' 젊은이들과 주부들, 전체 인구의 70~80%를 차지하는 이들 신세대의 잠재적 문화 창조력을 믿기 때문이다. 신세대의 문화적 잠재력은 이미 한류를 통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지 않은가? 세계는 이제 정보화로부터 창조화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으며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적 창조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과 함께 지난 한학기 동안 함께 했던 오늘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황우석 교수의 생명복제 논란
문 :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복제를 극동의 거대한 인류문명사 전체의 대전환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지요? 복제와 관련한 생명현상에 대해서 선생님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우리가 '생명과 평화의 길' 법인을 창설했고 또 세계생명문화포럼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한국포럼, 아시아포럼, 세계포럼. 그런데도 아직까지 확고하게 황우석씨의 줄기세포에 관한 인간복제 가능성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나오기는 했지만 제가 말렸습니다. 조금 더 공부해보자, 조금 더 지켜보자.
왜냐하면 가톨릭은 굉장히 비판적인데 불교는 돌아가신 법장스님께서 황우석 박사를 격려하였습니다. 그 이유를 들자면 가톨릭에서는 가톨릭이 흡수하고 있는 가톨릭적인 과학이 있습니다. 나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유럽의 유수한 과학자들이 가톨릭시즘 안에서 과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해석에 의하면 착란단계에서 생명이냐, 어디까지가 생명이냐 하는 것에 관한 명백한 규정이 나와 있습니다. 그 명백한 과학적 규정에 따라서 '이것은 범죄이다, 이것은 합법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불교 쪽에서는 아직도 언제부터 생명의 시작인지 규정이 막연합니다. 막연하기보다는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어디서부터가 생명의 시작인지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야 생명이 시작된다는 것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덜 문명적인 것 같습니다. 원래 무기물질 안에서 유기물질이 나오는 것입니다. 생명은 물질로부터 생성합니다. 그러나 그 물질 안에는 애당초부터 잠자는 상태로서 씨앗으로서의 생명이 잠자고 있습니다. 그렇게 봐야만 모든 돌멩이 안에도 신의 가호가 있고 신의 신비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디지털과 에코
문 : 일상적인 생활 속에 현재 우리의 삶에는 컴퓨터로 하는 일이 많아지고 이것을 디지털이라고 한다면 '에코'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답 : 디지털이라는 것은 요즘 여러분들이 부딪히는 것이며 움직이는 것이며 모빌 캐릭터인데 노트북, 핸드폰 등을 가리킵니다. 에코는 여기에 비해서 보면 상당히 정착적입니다. 나와 관계있고, 하늘, 물과 관계있고, 생물, 돌, 수맥 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코는 정착적인 생활과 동·식물 체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민들이 시위를 한다고 쇠파이프를 드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농업노동에 기반을 두고 행동하는 것이 옳은 행동입니다. 농업이란 생명을 존중하고 따라가며 거름, 물 등을 주면서 존중하는 것입니다. 가치관 자체를 노동의 대상으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또한 농업은 하늘로부터 배우는 것이고, 우주전체의 돌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에코라는 것은 먼데서 오는 곡식은 먹지마라는 것입니다. '밥'이 30년 전 감옥에서 나와서 지은 첫 산문집인데 그 전후해서 우리가 생명운동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이 요즘 생활협동조합이 되었습니다. 유기농, 무공해 쌀, 무공해 배추 등 그때 우리가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한 말이 '외국에서 온 수입쌀 먹지마라'였는데, 왜냐하면 먼데서 온 것은 방부제 처리를 하기 마련인데 방부제는 암에 가장 나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방부제 음식 안 먹는 운동이 에코입니다.
또한 제철음식을 먹으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딸기가 겨울에 나오려면 성장촉진제를 투입할 것이고 그 성장촉진제 역시 암에 나쁜 요인입니다. 그러므로 제철음식, 가까운 곳에서 나는 음식을 먹어야합니다.
이것을 생활협동조합에서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유기농산물을 중국 등에서 재배하는데 그것을 국내에 들여온다고 합니다. 그러면 유기농업체, 생활협동조합은 망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 쌀 먹고 가까운데서 나는 것 먹고 제철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여러분 학생들이 먼저 이런 말을 하면 농민들은 '이 학생 생명이 무엇인지 안다, 에코가 무엇인지 안다'라고 할 것입니다. 에코가 무엇입니까? 에코는 대지, 생명이란 뜻도 있고 경제라는 뜻도 있습니다. 절대 필요한 음식, 인간의 삶, 모든 순환계, 우주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 에코입니다. 이것과 관련된 모든 것이 에코적인 것입니다.
좀 조심해야 될 것이 웰빙(Well being)입니다. 웰빙은 틀린 말입니다. 'being, 존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가상일 뿐입니다. 있는 것은 살아있는 것뿐입니다. 에코뿐입니다. 생명뿐입니다. 살아있는 것은 한시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 변화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 변화와 거꾸로 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 변화를 쫒아가고 존중하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붉은 악마와 후천개벽
문 : 4월 혁명은 역사적의의가 있지만 선생님께서 개혁이라 칭하신 붉은 물결이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생산해낸 것이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쩌면 일시적인 냄비근성에서 나온 일종의 유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답 : 저는 개혁이라 말하지 않고 개벽이라고 하였습니다. 후천개벽 즉 새 시대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한 문명단위가 아니라 인류문화사 전체의 큰 에포크가 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대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개벽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들이 치우의 붉은 로고를 들고 나왔을 때 그것은 벌써 개벽입니다. 4500년이라고 그러지만 4500년을 누가 봤습니까? 대강 짐작하는 것입니다. 그럼 그 이전은? 지금은 아직 모릅니다. 그것은 고대의 회복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르네상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쉽사리 정치적인 변혁처럼 정권이 바뀌고 법령이 바뀌는 식의 효과를 노려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문화 안에, 생각 안에, 정신세계 안에, 예술 안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봐야합니다. '붉은 악마' 현상은 놀랍게도 한류의 원류입니다. 이 한류가 복합화 합니다. '복합한류'라고 합니다. '욘사마' 등 이런 것도 한가지 현상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멕시코에서는 배용준이 아닌 안재욱, 장동건 등이 한류의 주역이입니다. 그러면 이 한류가 그냥 보통 현상일 것 같습니까? 이 한류라는 이상한 흥(興), 미학에서는 이것을 흥이라 부릅니다. 한의 일방적 지배, 슬픔의 일방적 지배를 뚫고나온 '동명 ? 무천 ? 영고' 우리 고대사에서 사흘 낮, 사흘 밤을 춤추고 노래 불렀다는 그 흥이 한의 장벽을 뚫고 솟아 오르는 것입니다.
흥이 무엇일까요? 신바람입니다. 신바람은 무엇일까요? 신명입니다.'신난다'할 때의 그 '신'입니다. 이것이 창의력입니다. 여러분은 한류가 단순히 겨울연가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영화감독, 그 밑의 수많은 스태프들 이들이 한류 예비군입니다. 그러나 한류가 그 방면에서만 온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먼 외국에 가서 코리아라고 말하면 한류라고 바로 말합니다. 그들은 TV, DVD를 통해서 본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붉은 악마의 결과입니다.
□밥과 가톨릭의 성체성사
Q : 밥과 가톨릭의 성체성사에 대해서 비교말씀 해주세요.
A : 떡과 포도주를 평소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예수의 피와 살이라고 생각하며 먹으면 변화가 있습니다. 동학에서는 밥을 가톨릭처럼 성격화(聖格化)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어야 행동을 한다는 일반론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가톨릭이 동학보다 더 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톨릭이 동학보다 밥을 성스러운 것으로 인식하여 격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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