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4시 38분, 대구시내 한 구청 사무관(5급)인 김모(53) 씨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아끼던 아내(48)를 흉기로 찌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자신이 벌인 것이다. 그리고 김씨는 20여 년 동안 공직자로서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자부심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부부싸움을 하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씨의 가정생활은 사실 순탄치 않았다. 그는 결혼한 지 몇년 만에 성격 차이로 전처와 이혼했다.
그리고 3년 후, '숨진 아내'와 재혼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사랑하는 두 딸과 함께 네 식구는 20여 년을 오순도순 잘 살았다.
하지만 불운은 또다시 그를 찾아왔다. 최근 들어 아내와의 말다툼이 잦아졌고, 부부 사이도 점점 벌어졌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이날 말다툼이 아내의 외도 여부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진술했다.
직장에서 그는 존경받는 상사였고 '걸어다니는 성실'이라고 불릴 만큼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였다.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평소의 그분 성격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입을 모았다.
한 공무원은 "직원 통솔력, 업무 추진력, 대인관계 등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면서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챙기며 열심히 하기에 좋아하지 않는 직원이 없을 정도"라 안타까워했다.
경찰도 참 딱한 사건이라고 했다. "죄는 밉지만 전후사정을 들어보니 너무 안타깝더군요. 한순간의 감정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지만, 경찰서에 와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고 눈물을 흘리며 죄를 뉘우치는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됐어요." 김씨 사건 조사를 맡은 한 경찰관의 얘기다.
김씨는 "그때 제가 왜 그랬을까요. 평소처럼 조금만 참았으면 됐는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이란 말만 되뇌며 울부짖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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