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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안보이는 '영천 윤성임대아파트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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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보다 더 추워요"

함박눈이 내린 지난 21일 오후 영천 금호읍 윤성모닝아파트 입주민들은 바깥 날씨보다 더 추운 겨울을 맞고 있었다.1천746가구 중 일부 입주민들은 1998년 2월 건축주의 최종 부도로 임대보증금 1천2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린 뒤 8년 동안 긴 법적 공방에 시달렸고 지난 4월에는 가스비(3억6천만 원)를 못 냈다는 이유로 가스공급까지 중단돼 냉방 겨울을 나고 있다.

"여기는 낯선 사람이 오면 일단 무슨 해코지를 할 것인지 의심의 눈으로 봅니다. 이런 어려운 사람들을 이용해 자기의 잇속을 차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지요."

2000년 초 다섯 살과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입주한 김영실(33·여·가명) 씨를 따라 들어간 13평의 임대아파트 내부에는 온기라곤 없었다. 방안의 난방기구는 선풍기처럼 생긴 히터가 전부였다. "애들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병원에 가는 게 일입니다."

김씨는 "얼마 전 아래층 할아버지 내외가 냉방에서 자다가 각각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말했다.옆동의 ㅂ(38·여)씨는 "애들이 감기로 인한 중이염 후유증으로 청각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으며, 수술날짜까지 받았지만 돈이 없어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사는 옆집의 한 할머니는 자기가 이틀 정도 안보이면 꼭 들러 자신이 죽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며 "여기서는 사람이 죽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열기구조차 없어 방안에 텐트를 쳐놓고 추위를 피하고 있는 밑층의 김인식(85·가명)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누구 말이 맞는지, 어떻게 처신을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가스공급 안 되는 13평짜리 아파트의 한 달 관리비가 13만 원입니다. 가뜩이나 못 사는 사람들에게 죽으라는 이야기죠."

전체 1천746가구 중 600여 가구만 입주한 이 아파트의 생활보호대상자는 70여 가구 144명(금호읍 집계)에 이른다. 한 달 전기사용료는 보통 가정의 2~3배인 평균 8만~9만 원대. 이들이 사용하는 난방기구라고는 고작 전열히터와 전기밥솥 등이 전부지만 전체 가구가 부담해야 할 공동경비를 현재 입주한 가구가 모두 부담하고 있다. 게다가 경매를 받은 일부 임대업자들은 가스공급이 끊기자 취사용 가스에 난방시설을 설치, 사용하고 있어 가스폭발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민들 간 불신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한번은 읍이 영세민에게 쌀과 쓰레기봉투를 지원했는데 서로 차지하기 위해 감춰뒀다가 모조리 썩어서 버렸으며, 며칠 전 한 독지가가 생활보호대상자에게 보낸 전기스토브는 먼저 본 사람이 임자가 됐어요."

영천경찰서 한 경찰관은 "윤성아파트 문제는 입주민과 부도업체, 임대업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영천시 등 관계기관이 손을 놓은 상태"라며 "지금이라도 시가 적극 나서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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