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똑똑한' 소비가 지구 살린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소비사회는 심각한 지구환경의 위기를 불러왔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기상이변과 같은 환경재앙이 소비문화와 무관하지 않음이 지적되고 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이 말은 과소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며, 현 실태를 정확하게 반영한 말이다. 또한 20세기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 전쟁의 시대였다고 하지만, 정작 승리한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소비주의라는 미국의 사학자 게리 크로스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이러한 소비주의는 몇몇 선진국에서만 승리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소비사회의 식민지로 만들어버렸다. 자동차, 아파트, 전자제품 그리고 여행 등 모든 재화와 서비스들이 무차별적인 소비의 대상이 되고, 가지지 못한 자는 무기력해지고 열등한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젠 교육과 종교, 결혼 심지어 죽음까지 소비의 대상이 되어 버린 이 소비사회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지역혁신, 지역축제들도 하나같이 지역의 상품과 문화 등을 어떻게 잘 포장하여 소비시킬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들이 방문하고 소비해주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여기고, 외지 사람들이 자동차 배기가스와 쓰레기를 마구 버려 놓아도 소비만 해준다면 그런 것쯤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보다는 혼자 컴퓨터로 오락하는 걸 좋아한다. 교회나 절에 가는 시간보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할인점에서 쇼핑하는 시간을 더 즐거워하고, 감동스러워한다.

얼마 전 환경단체에서 여대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하루라도 쇼핑몰에 들어가지 않으면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고, 물보다 음료수를 더 선호하는 이들도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비주의는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젊은 층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소비중독 바이러스에 전염된 것처럼 급속히 퍼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작된 소비중독 바이러스는 이미 일본, 한국과 같은 나라를 넘어 인구 13억 명이 넘는 중국, 10억의 인도까지 확산되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 of the Earth)의 나바로 의장은 만약 중국인이 미국인처럼 소비한다면 지구가 5개가 되어도 감당을 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소비중독 바이러스 퇴치가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숲의 나무를 이제 그만 베어내고,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석유와 물 사용을 절제하는 시민운동을 함께 펼쳐나가야 할 때이다. 파멸의 구렁텅이로 향해가는 소비사회 극복을 위해서는 녹색소비문화의 확산과 실천에 달려 있다.

기업의 횡포에 소비자 보호와 주권을 주장했던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제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려깊은 소비자로 거듭나자. 어떤 에너지를 쓰는 것이,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일까 고민하고 선택하자. 녹색소비는 지구촌 시대에 아름다운 지구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녹색소비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제안을 한 가지 해본다. 몸과 마음을 비우는 단식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습관처럼 몸에 배인 소비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단절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의 습관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몸의 습관을 바꾸는 것 중에 단식처럼 효과적인 것이 없을 것이다. 단식은 오래된 숙변(40대가 되면 20년, 30년이나 된다)을 제거하고, 혈관을 맑게 할 뿐만 아니라 내면을 성찰하고 욕심을 버리는 시간도 갖게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며, 묵은 찌꺼기를 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다잡는 것처럼 단식을 통해 소비문화에 찌든 내 몸과 마음을 비워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것이 지구를 살리는 아름다운 지구인의 작은 실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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