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행사 뺏기는 EXCO 살 길은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 확충하나, 안 하나."

국내외 대규모 행사 유치 등 지역 전시컨벤션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 시설 확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대구시는 아직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원론적인 수준의 계획 단계에만 머물고 있어 '장고끝에 악수'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신속한 결정으로 적극적인 유치 및 준비 활동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현실적인 활성화 대안을 찾든지 양단간의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늑장부리다간 다 뺏겨

대구전시컨벤션센터가 건립된 지 5년. 지난 2003년부터 가동률이 70%를 넘어서는 등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 이에 전시행사를 더 유치하고 싶어도 장소가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잇따르는가 하면 전시 공간마저 아래 위층(복층 구조)으로 분산돼 있어 대규모 행사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엑스코의 경우 전체 전시 면적이 1만1천616㎡(3천500평)로 고양 킨텍스(KINTEX) 5만3천865㎡(1만5천 평), 서울 코엑스(COEX) 3만6천27㎡(1만 평), 부산 벡스코 2만6천446㎡(8천 평)에 비해 턱없이 작은데다 이마저도 1, 3, 5층 등 1천100여 평씩 3개 층으로 나눠져 있어 단층 구조로 돼 있는 다른 도시들의 전시센터에 비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실정이다. 단층 구조의 경우 무겁고 큰 전시품목도 전시가 유리한데다 전시 관람도 용의해 대부분 도시에서 단층 구조로 건설하고 있는 것.

전시 공간 부족 및 복층 구조 등으로 인한 행사 유치 실패나 축소 등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독일회사가 4천여 명 규모의 담배기계 전문 전시회(TABINFO) 개최를 의뢰해왔으나 단층 전시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포기했고, 국제노동기구 아시아태평양대회(ILO ASPAC) 등도 시설 부족 등으로 논의를 중단했다. 최근에 열린 지역혁신박람회, APEC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등의 경우엔 공간 부족으로 애초 계획보다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대구국제광학전, 대구국제자동화기기전, 대한민국 국제소방방재안전엑스포 등 엑스코가 자랑하는 주력 전시회들도 큰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 최대 수용면적이 600부스로 한정돼 있어 행사 육성이나 세계적인 전시회로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치열해지는 도시간 경쟁

대구가 전시컨벤션시설 확충에 미적거리는 사이 국내 다른 도시들이 전시시설 건립 및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대규모 행사 유치 실패는 물론 중·소규모 행사의 유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서울 코엑스 신관, 2001년 4월 대구 엑스코(EXCO), 같은 해 9월 부산 벡스코(BEXCO)에 이어 2003년 4월 제주 아이씨씨 제주(ICC JEJU), 올 4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KINTEX), 7월 광주(GEXCO), 10월 창원(CECO) 등 대규모 전시컨벤션시설이 잇따라 건설됐다.

또 인천이 2007년 12월까지 송도 국제업무지구 167만 평에 '인천 송도 국제컨벤션센터'를 완공하기로 하는 등 울산, 대전 등 다른 도시들도 전시컨벤션시설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실정.

이뿐 아니라 시설 확충 등 대형화를 꾀하고 있는 곳도 있다. 킨텍스의 경우 국내 최대 규모에도 불구, 2008년까지 5만6천199㎡, 2013년까지 6만6천166㎡ 등 두 단계로 나눠 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전시면적이 엑스코의 3배인 1천800부스 설치가 가능한 부산 벡스코도 오는 2014년까지 2천27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제2 벡스코를 건립키로 했다. 2011년까지 벡스코 시설 인근에 1만4천850㎡ 규모의 전문 전시장을 건립한 뒤 2014년까지 오디토리엄(2천석) 및 중소회의실(13개) 등 컨벤션 시설도 건립할 예정.

대구전시컨벤션센터 관계자는 "현재 엑스코의 규모로는 전시회 유치 실패, 발전 정체, 성장 및 수익률 정체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수익률이 높은 대규모 전시회나 컨벤션의 유치 실패로 사실상 완전 가동률인 70%대를 유지해도 손익분기점 달성이 어려운 만큼 확충이 불가피한데 최소 2만㎡는 돼야 국제 규모의 행사 유치, 자체 특화 전시회 국제 규모의 전시회로의 육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엑스코(EXCO) 향후 계획은

대구시는 400억~500억 원을 들여 현재 EXCO 1층과 연결되는 단층 시설을 확충한다는 기본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인 추진안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비 등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다 전시 시설의 공급 과잉 우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아직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일단 2008년까지 연면적 2만4천㎡(7천500평) 1천 부스 이상 규모의 전시공간을 확보한다는 게 대구시 기본계획의 골격. 대구시는 우선 내년 초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전문기관에 엑스코 시설 확충의 필요성 및 사업비 등 사업 타당성에 대한 용역작업을 의뢰한 뒤 국비 확보, 설계 등의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시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엑스코옆 옛 무역회관 부지 1만8천601㎡ (5천627평)와의 사이 도로부지 5천40㎡(1천524평)를 활용해 복도 등 공공면적을 제외한 순수 전시면적 1만2천411㎡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추가확보 공간 1만2천411㎡과 현재의 1만1천616㎡와 합쳐 총 2만4천㎡의 전시 면적을 확보하게 된다.

대구시 국제협력과 배영철 과장은 "내년 초 용역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할 방침"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국비 확보가 관건인 만큼 고양 킨텍스의 시설 확충을 위한 국비 확보 등과 연계해 최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되면 과감히 포기해야

전시 시설 확충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하루빨리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괜히 어정쩡하게 시간만 낭비할 경우 결국 국내 전시 시장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시비만으로 확충하기 힘든 게 사실이고 전국적인 전시시설 건설 및 확충 추세에서 어렵게 국비를 확보해 대구까지 시설을 늘릴 경우 공급 과잉에 따른 예산낭비 등의 우려도 적잖은 만큼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 활성화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대구전시컨벤션센터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단층 규모의 전시공간을 확충, 현재 인력 및 시설 등을 최대한 활용해 대규모 행사를 유치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맞다"면서 "현실적으로 확충이 불가능하다면 논의를 빨리 접고 현실에 맞게 유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권의 전시와 컨벤션을 집중, 육성할 수 있도록 엑스코 확충시 경북도도 함께 투자하거나 킨텍스 2단계 확충에 맞춰 대구경북 공동으로 정부에 확충 및 예산 지원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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