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형성된 대구 서문시장은 '끈질기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불'과의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1950년대 이후 무려 10여 차례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5차례 정도는 수백 곳의 점포가 소실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던 것.
특히 과거 서문시장 화재는 대구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만큼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기도 했다.매일신문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문시장은 1951년 10월 20일 방화로 인한 화재를 시작으로 불과의 '악연'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듬해 2월엔 무려 4천여 곳의 점포가 소실되는 대화재가 발생했고 1명이 목숨까지 잃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1967년 1월 1일엔 1지구 포목상가에서 불이 나 372곳의 점포가 몽땅 소실됐다. 당시 관계당국은 전기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화인을 밝혔다.1975년 11월 대형 화재는 또다시 서문시장을 덮쳤다. 담뱃불 실화로 무려 1천900여 곳의 점포가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당시 기록을 보면 급수전 수압이 낮아 진화작업이 순조롭게 안 됐고, 방화벽도 제대로 없어 순식간에 화마가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975년 서문시장 화재는 대구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고 부도가 급증하는 '경제공황' 상태로까지 이어졌다. 화재 직후 1주일 동안 대구시내 부도발생은 297건을 기록, 당시 대구시내 한달동안의 부도 발생건수와 맞먹었다.불행은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 12월, 또다시 성냥불 실화로 650여 개의 서문시장 점포가 불탔다.
잇따른 화마의 습격을 견디다 못한 서문시장 상가 번영회 관계자들과 대구시는 서문시장 안에 아예 소방파출소를 만들었다. 불이 나면 바로 끄겠다는 의도였다. 그때가 1978년 3월의 일이다.이 덕분이었을까. 이후 1980년대에는 큰 불이 없었다. 이같은 추세는 199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1997년 7월 2지구 건너편 건어물 가게에서 또 불이 나 가게 9곳을 태웠고, 그로부터 8년여 뒤인 2005년 12월 29일 무려 1천60여 곳의 점포가 몰린 2지구 상가 상당 부분이 소실되는 대화재가 또다시 발생했다. 21세기에도 서문시장은 '불'과의 질기디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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