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은 겨울이 어울린다. 귀마개에 빵모자를 쓴 채 호호 불어가며 먹기에 제격이다. 그런 기억들이 있기에 중년에겐 이따금 그리운 맛으로 다가온다. 붕어빵의 원조는 일본의 도미빵이라는 설이 있다. 도미 모양의 빵을 처음 만든 가게는 손자가 3대째 가업으로 잇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일제 시절 들어와 풀빵'붕어빵으로 바뀌면서 군것질거리로 이어져 오고 있다.
◇붕어빵은 비유나 풍자적 말로 자주 등장한다. 쏙 빼닮은 아들을 보고 '붕어빵이네' 한다. 판에 박힌 말이나 행동을 꼬집을 때도 붕어빵이라 한다.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과 매번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말은 최고의 풍자다. 형식과 내용이 같지 않은 일을 일컫는 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있어야 할 핵심이 빠진 상황을 비유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흔하다. 고시텔에 가면 공부하는 학생은 드물고 알사탕에 딸기 포도나 홍삼은 쥐꼬리만큼도 없다. 광고만 해도 그렇다. 무슨 광고인지 알 수 없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잘 만든 광고로 꼽힌다. 들어 있지 않고 내세우지 않아도 그 이상의 효과를 낼 만큼 사람들이 제 먼저 알아서 이해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어도 굳이 따지지 않는다.
◇세밑이 어수선하다. 황우석 교수 논문 파문에 농민시위 여파, 사학법 개정에 따른 정치권 냉각 등으로 어둡고 우울하다. 핵심이 빠졌기 때문이다. 과학의 생명인 진실이 들어 있지 않은 과학 논문에 국민 모두가 우울하다. 평화 시위를 부르짖는 시위 현장에는 평화 대신 치고받는 난투만 오간다. 엄정함을 잃고 있는 공권력은 책임도 묻기 어렵다. 여야 정치권은 정치를 잊고 산다. 핵심을 외면하고 모양새에만 연연한다. 있어야 할 추가 빠진 사회의 혼란은 당연하다.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는 소설의 작가는 후기에서 "형식과 내용이 다르고 현상과 본질이 같지 않은 그런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너무 깊게 절망에 빠지지 말고 너무 많이 세상의 배면을 보려 하지 말라는 충고가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명제에 들어 있는 것도 같다"라고 쓰고 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음을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너는 바담풍 해도 나는 바람풍 한다'는 말이 어수선한 세밑에 더 간절히 다가온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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