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8년 대학별고사가 내신보다 큰 비중"

2008학년도 이후 새 입시제도는 당초 교육부 발표 때만 해도 고교 내신 성적 비중이 크게 높아져 대학 입학을 좌우할 최대 전형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지난 일 년 동안 전국의 고교는 내신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서울대와 서울의 7개 사립대가 대학별 요강을 발표한 이후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은 사뭇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대학별 고사가 내신보다 더 중요한 전형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상당 기간 대학별 고사 대비 열풍이 불 것은 불문가지. 그러나 실제 시행까지는 아직도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어떤 돌출 변수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29면에 실린 좌담을 연결, 소개한다. (편집자)

사회 : 지난해 12월 26일에 서울 7개 대학이 2008학년도 대입 요강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윤 선생님이 전반적인 내용을 좀 정리해 주십시오.

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 내신 반영 비율의 감소와 대학별 고사 비중의 확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대학별 고사의 비율이 종전보다 2?6배까지 대폭 늘어났습니다. 고교 단위의 내신 성적에 대한 불신과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대학 당국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부 반영 비율의 확대를 강조해 온 교육부와 편법적인 본고사 부활을 반대해 온 일부 교육단체나 학부모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7개 대학의 대입전형 요강은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대학 당국의 기습적인 쿠데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강 발표를 기다리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현 고1 학생들의 자퇴 도미노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신 성적이 좋으면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유리하고, 내신이 좋지 않으면 정시에서 대학별 고사로 만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니 특목고 학생들과 상위권 수험생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사회 : 김 교장선생님, 이제 수시든 정시든 논술이나 심층면접과 같은 대학별 고사가 확실하게 입시의 중요한 요소가 될 텐데요. 현장에서는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까?

김호원(대구 경신고 교장) : 이번에 서울 7개 대학에서 발표한 요강은 고교 입장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내신 반영 비율을 낮춤으로써 지역 간 학교 간 격차가 줄어든다는 측면이 있지만 학교와 학생들에게 삼중고를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내신은 지금이나 바뀐 제도에서나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고, 또 지난번 연세대 수시 2학기처럼 수능에 의한 최저학력기준 적용을 더 엄격히 적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능 지도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특히 등급과 등급 경계선은 운명을 갈라놓는 운명선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하죠. 또 대학별 고사는 거의 변칙 본고사에 가까우니 학교마다 비상 대책을 세워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집을 만들고, 자체 연수를 실시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독서와 쓰기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거지요.

사회 : 박 장학사님, 대구시 교육청 차원에서 대학별고사에 대한 대책 마련과 현장 지원도 중요하리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까?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대입담당 장학사) : 대학별 고사에 대해 공교육 기관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대학별 고사에 대비하기 위한 고액 과외가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육청은 이제 교실에서는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독서·글쓰기 지도로 생각 키우기'를 2006년 역점 추진 과제로 선정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학별 고사 준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독서·논술 교육력 제고를 위해 고교 교사 400명을 대상으로 논술 직무 연수를 계획하고 있으며, 교사 1천6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 활용 수업 직무 연수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각 학교 진학 담당 교사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워크숍과 연수, 입시 자료 제작·보급 등을 함으로써 입시 정보 공유는 물론 우수 사례 일반화에도 크게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아침 독서 10분 운동'의 소중한 싹도 최선을 다해 키워나갈 것입니다.

사회 : 내년에 대학에 들어갈 현 고2는 구제도 마지막이기 때문에 재수생이 많고, 또한 실패하면 바뀐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한 번 실패하면 큰일이라는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현 고1은 새로운 제도 시행 첫 해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기준이 없어 혹 손해를 볼까 걱정을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견해를 좀 말씀해 주십시오.

김 : 내년도 이후 입시제도가 바뀐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골격은 현재와 다를 바 없습니다. 현재나 새 제도나 내신이 유리하면 수시나 정시 모두 유리하고, 내신이 불리하면 정시에서 수능이나 대학별 고사(논술 혹은 심층면접)로 만회를 하면 됩니다. 따라서 지금 고교 1학년생들은 현재 대학입시에 준해서 대비하되 비중이 큰 대학별 고사에 많은 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윤 : 지금까지 입시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어떤 제도 하에서도 실력 있는 학생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교육에서 평등성이 시대를 초월하여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이념이고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대학은 그 속성상 학생 선발과 교육 활동에서 수월성을 최우선적으로 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력만 있다면 재수를 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따라서 재학생은 재수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고 재수생은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박 : 수험생이나 학부모들께서는 공연한 정보에 휩쓸려 혼란을 겪을 게 아니라 학교와 담임선생님을 믿고 따르기만 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가져야 합니다. 대구의 진학 담당 선생님들은 학습 지도와 진학 지도 면에서 전국 최고의 조직력과 분석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청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겨울방학을 맞아 학생들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좀 말씀해 주십시오.

박 : 방학 동안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여행 등을 통한 다양한 경험도 소중한 학습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하는 체험,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생각하고 정리하는 경험을 많이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활동은 논술과 같은 대학별 고사와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김 : 방학은 평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시기입니다. 교과목에서 부족한 부분을 학교에서 실시하는 수준별 보충학습 시간을 통해 메워야 할 것이며 또한 이제까지 하지 못했던 자기 계발을 위한 취미 생활과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방학이 돼야 합니다. 또 예비 고3생들은 목표하는 대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그에 맞는 학습 계획도 세워야 합니다. 학부모님들은 너무 조급한 마음을 갖고 학생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됩니다. 자칫하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내든 방학이 끝난 뒤 후회가 되지 않는 방학이 되면 좋겠지요.

윤 : 겨울 방학에 모든 것을 다 끝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천천히 여유 있게 다지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기본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면 3학년 2학기 때 구체적인 점수로 그 변화가 나타납니다. 많은 재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모든 것을 학원이나 과외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느린 것 같지만 교실에서 선생님과 차근차근 진도를 나가는 수업이 가장 확실하게 기억되며, 사고력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수능시험에 효과적입니다. 방학 동안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실천 가능한 학습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실천하여 성취감을 맛보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면 공부가 즐거울 것입니다.

사회: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학생 학부모님들께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상호 신뢰하고 의사소통이 될 때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겨울 방학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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