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영천 지역 특산물의 명암

영천의 대표적인 특산물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돔배기와 포도를 떠올릴 것이다.상어고기를 소금으로 간절임한 돔배기는 짭짤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어서 영천을 비롯한 경주 경산 칠곡 군위 등 경북지방에서는 명절 차례상과 제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급음식으로 통하고 있다.

또 영천포도 가운데 MBA(Muscat Bailey A)품종은 국내 수많은 포도산지 가운데서도 일조량이 풍부하고 겨울철을 비교적 따뜻하게 날 수 있는 기후적 특성으로 영천과 경산의 일부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희귀품종이다.

이 같은 영천을 대표하는 두 먹거리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형국이다.

오랫동안 영천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던 '영천돔배기'는 외지인에게 상표출원권을 뺏겨 권리 행사를 할 수 없게 된 반면 MBA포도는 머루를 닮은 독특한 맛과 향에 착안해 재빨리 '머루포도'로 상표출원, 영천시의 상표화해 제값을 받고 국내 및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 포도수출을 성공한 영천시와 수출관계자들은 머루모양을 닮아 우연히 붙인 상표명이 LA지역교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엄청난 판매고와 인기를 모으자 곧바로 머루포도를 상표출원 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오랫동안 영천의 대표적인 브랜드 '돔배기'와 관련해서는 최근 영천시가 선점 업체에 대한 '상표출원 무효화 청구'에서 기각 당했다.

물론 '돔배기'상표를 타 업체에 뺏겼어도 시장 상인들이 당장 돔배기를 판매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영천돔배기'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져왔던 수 많은 영천 사람들의 허탈함은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다. 시당국의 무사안일함을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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