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31·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얼마 전부터 대구시내 중심가의 한 남성전용 피부관리실에 다니고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잦은 술자리로 피부가 망가졌다는 생각 때문. 새해 벽두부터 불고 있는 예쁜 남자 열풍도 정씨가 피부 미용에 관심을 갖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는 '뽀시시한' 피부를 위해 매월 화장품 값으로만 10만 원 정도를 쓰고 피부관리실도 1주일에 두 번씩 빠지지 않고 다닌다.
'예쁜 남자'가 뜨고 있다. 최근 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가 인기를 끌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인 '예쁜 남자' 공길(이준기)처럼 중성적이면서도 예쁜 '미소년' 열풍이 덩달아 불어닥치고 있는 것.
때문에 남성용 화장품의 시장규모가 2천억 원대를 넘어서고, 여성들만의 공간으로 인식됐던 피부관리실을 찾는 남성들도 크게 늘고 있다.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성형외과의 문을 노크하는 남성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상도 토박이답게 '화끈하다'는 평이 어느 순간부터 거칠고 호감을 주지 못한다는 식으로 바뀌는 걸 실감했다는 회사원 박모(45) 씨는 아내와 함께 밤마다 남성 전용 피부 관리팩을 하면서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피부 관리업계에서는 고객 중 20% 이상이 남성인 것으로 보고 있다. '스킨-로션 세트'로 천편일률적이었던 남성화장품도 모공관리제와 미백제, 노화를 방지하는 제품과 파운데이션 효과를 내는 로션까지 10여 종이 넘는다.
대구 시내 ㅎ피부관리실 문경아(36) 사장은 "피부뿐만이 아니라 두피와 얼굴, 손 등 외모 전반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네일 아트를 받거나 색조 화장품을 찾는 남성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치료 성형이 아닌 미용성형을 해주는 고객 중 남성의 비율은 약 10%. 최근에는 성형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남자가 많게는 하루에 3, 4명까지 된다는 것.
ㅇ성형외과 이영주 원장은 "남성의 양성 이미지 추구는 다양한 남성성을 인정하는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과거 남자들에게 예쁘다는 말은 수치로 여겨졌지만 섬세하고 자상한 이미지를 주는 아름다운 남성이 각광받는 시대"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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