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도 넓어서

바다의 마음은

전혀 보이지 않고

하도 깊어서

바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아도

지그시 눈을 감으면

어김없이 가져야 할 마음을

바다는 보여 주고 있고

어김없이

할 말은

바다는 하고 있다.

'겨울 바다' 곽분도

지상에서 인간의 능력으로 감지할 수 있는 우주 같은 자연이 바다다. 그러나 오만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의 영혼으로는 지상에 펼쳐진 우주 같은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바다. 인간을 위한 배경으로서의 바다만 보인다. 끝내 바다의 넓이와 깊이의 의미를 바라볼 수 없다.

그대 홀로 바다 앞에 서보라. 사람들이 떠나간 겨울 바다 앞에 서서 먼 수평선을 보라. 그래서 바다가 일깨우고 있는 '침묵의 말'을 들어 보라. 바다의 깊이 모를 '그 넓은 마음' 속으로 걸어가 보라. 그대가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를 실감할 수 있으리. 그대가 신앙처럼 믿었던 부(富)가, 그대가 누리고 있는 알량한 명예가, 그대가 휘두르고 있는 권력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리.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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