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 희망이 보인다-(7.끝)경주 발전전략 어떻게 짜야 하나

첨단·문화 양날개 달고 '天馬' 는 비상한다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인 경주시가 첨단 과학도시로 힘찬 재도약의 날개를 펴고 있다. 40년 이상 문화재보호에 발목이 잡혀 낙후를 거듭해온 경주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지난해 11월 2일 주민투표를 통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최종 선정지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양성자가속기 사업과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이전 등 3대 국책사업 추진으로 경주는 제2의 중흥을 맞게 된다. 역사·문화도시에다 에너지·첨단과학 도시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3대 국책사업을 비롯한 경주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과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방폐장을 에듀테인먼트의 메카로

약 1조1천445억 원을 들여 양북면 봉길리 일대 64만여 평에 건설할 방폐장은 2009년 초부터 부분 운영할 예정이다. 1단계로 10만 드럼을 처분할 시설이 들어서고 향후 80만 드럼까지 단계적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부지특성조사 등의 과정을 거쳐 5월쯤 동굴식이나 천층식으로 처분방식이 결정될 예정. 처분방식이 결정돼야 방폐장에 들어설 각종 시설들의 상세 배치도가 나온다. 한수원 측은 국내에서 처음 건설되는 방폐장으로 수명이 300년인 만큼 시설이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건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봉길리 방폐장에는 처분시설과 함께 연구시설, 인수·검사시설, 홍보관, 복지시설 등이 함께 들어설 계획이다. 한수원 방사성폐기물기술처 박성훈 건축과장은 "방폐장이 들어설 곳은 인접한 곳에 월성 및 신월성 원전이 있어 원자력발전과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홍보전시관과 지진체험실, 공원, 전망대 등을 갖춘 친환경적 시설로 건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방폐장을 안전한 시설로 건립해 교육 및 관광자원화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전과 방폐장, 동해안, 문무대왕릉 등을 연계한 에듀테인먼트(에듀케이션+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의 메카로 육성,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국대 서태양(관광자원개발) 교수는 "방폐장 시설을 튼튼하고 안전하게 건설한 후 월성원전과 연계해 원자력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활용도, 폐기물화하는 과정 등을 시뮬레이션으로 꾸미고 형상화해 교육에 활용하는 홍보관과 문무대왕릉·감은사터·감포 관광단지·동해안 등을 연계해 관광자원화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폐장 유치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역사·문화관광자원 콘텐츠 개발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폐장이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표적인 유인시설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스웨덴의 포르스마크와 일본 로카쇼무라 등 외국 사례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막대한 파급효과

방폐장 예정구역지정고시(2006년 1월 2일)를 계기로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돼 각종 지역 지원사업이 이뤄진다. 특별지원금 3천억 원은 경주시의회의 조례제정을 통해 경주시특별회계로 관리되면서 지역개발·관광진흥·문화시설확충, 주민소득 증대 등 복리증진 등을 위한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또한 연평균 85억 원 선의 원전수거물 반입수수료도 처분시설이 운영되는 기간(60년) 동안 경주에 지원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지역지원위원회(20명)도 올해 상반기에 구성돼 경주시의 중장기 계획과 대학 및 특수목적고 유치, 원자력병원 설립, 각종 주민숙원사업 해결 등 범정부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한수원 본사 이전과 양성자가속기 개발사업도 경주지역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한수원 본사는 올해 상반기 중 이전 부지를 포함,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2007년부터 3년간 공사를 해 2009년 이전을 끝낼 계획이다. 대관협력반 김용식 과장은 "연간 지방재정 수입 효과는 42억 원 정도로 직원 900명을 포함해 약 3천 명의 인구유입 효과와 200여 개, 2천500여 명의 유관기관 및 관련업체가 이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성자가속기 개발사업도 3월 6일까지 부지를 포함한 사업 유치 신청을 해 4월쯤부터 부지매입과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07년 공사에 착수, 2009년 9월쯤 1차 20MeV 양성자가속기를 설치해 연구·개발업무에 착수한다. 2012년 3월에는 100MeV 양성자가속기 연구센터도 준공할 계획이다.

양성자가속기개발사업단 김준연 책임연구원은 "양성자가속기 연구센터는 미래원천 기술인 기능성 신소재 개발과 나노기술(NT)·생명공학(BT)·정보기술(IT)·환경기술(ET)·우주기술(ST)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시설로서, 향후 연구와 산업이 공존하는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를 구현해 고용창출 및 지역 위상 제고와 경제 성장동력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중추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 사업에 소요되는 1천288억 원의 사업비를 경주시가 제때 부담해야 하고, 연관 기업이 경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배후 부지의 땅값이 싸야 하는 것이 숙제"라며 "대덕연구단지가 30여 년에 걸쳐 세계적 명성을 얻고 R&D특구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경주로 이전할 양성자가속기 사업도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전략산업기획단의 지역산업 연관분석 결과 방폐장 건설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건설, 특별지원금, 반입수수료, 지방세 수입 등에 따른 경제파급 효과는 적어도 3조6천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생산유발 3조3천900억, 부가가치유발 효과 2천460억 원이고 고용창출 효과도 2만9천여 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지원금을 종자돈으로 써야

특별지원금과 원전수거물 반입 수수료를 활용해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종자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경주대 황성춘(토목공학) 교수는 "소규모 숙원사업이나 도로개설 등을 위해 찔끔찔끔 나눠 쓰거나 '우는 아이 떡 주는 격'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민·관·학이 연계된 협의체를 구성해 공청회 등을 통해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과 양성자가속기 사업 관련 직원이나 연구원 등이 경주에 정주할 수 있도록 특목고 설립 등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중·장기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대 김일윤 총장은 "방폐장 유치에 따른 지역주민의 안전성 보장과 경주 역사문화도시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와 최첨단 과학도시라는 양바퀴를 달고 천마가 순조롭게 달리기 위해서는 경주에 주어진 '보약'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다방면에서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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