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얀 거품 일구어

빨래는 세탁기 속에 돌고

이 아침 난 일탈을 꿈꾼다

내 나이만큼 낡은

세탁기는 깃털처럼 가벼운

물방울을 만든다

구겨진 날개를 펴고

물방울 따라 하늘로 날아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마디 풀고 돌아 오를 수 있다면

찌든 때 헹구어 내고

보송보송 싱싱하게 피어올라

내 낡은 감성도 방울방울

살아나고 싶다

거꾸로 매달린 저 빨래처럼

'일탈' 임은경

우리의 일상은 반복된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이다. 반복의 일상이 만드는 평화로움은 평화가 아니다. 나태와 무기력함과 고정관념의 찌꺼기가 쌓여가는 세계다. 그 속의 삶은 때에 찌든 빨래와 같은 생활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일탈하여 '찌든 때 헹구어 내고/ 보송보송 싱싱하게 피어올라/ 내 낡은 감성도 방울방울' 피어 올리고 싶다. 그리하여 '거꾸로 매달린 빨래' 같은 생활을 한번은 하고 싶다. 일탈이 새로움이고 창조적 삶의 세계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이 봄, 일상으로부터 일탈의 유혹은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