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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대면 폭발' 시너 아파트 창고까지 버젓이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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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물 관리 불감증 '위험천만'

김인호(40·가명·대구시 남구) 씨는 최근 끔찍한 경험을 했다.아파트 창고에 시너가 잔뜩 쌓여 있다는 믿고 싶지 않았던 소문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던 것.

"200여 가구, 1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위험물질이, 그것도 수십 통이나 보관돼 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혹여나 싶어 창고 문틈으로 손전등을 비춰보니 정말 시너 통 수십 개가 차곡차곡 포개져 있더군요."

김씨는 관리사무소 측도 1년 전부터 이 사실을 알았고, 그동안 여러 차례 시너 소유자에게 치워달라고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급히 소방서에 신고해 터지지 않은 뇌관을 치울 수 있었다.

김 씨는 "1년 동안 대형폭탄을 깔고 있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다"며 "매번 대형화재로 인한 참사가 터질 때마다 대구시가 부르짖는 안전도시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대구지하철참사, 서문시장 화재 등 대형화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수많은 주민이 함께 사는 아파트에까지 인화성이 강한 위험물질이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등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소방 전문가들은 차량용 유사휘발유로 불법 사용되는 시너가 휘발유보다 폭발 위험성이 더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유사휘발유 판매상들은 주택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8건에 불과하던 무허가 위험물 저장 적발건수가 2003년 44건, 2004년엔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199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137건으로 다소 줄어든 것도 2004년 6월부터 위험물안전관리법상 기존 100ℓ에서 200ℓ로 무허가 위험물 저장 수량이 완화된데 따른 것.

대구중부소방서 한 관계자는 "최근 유가급등 여파로 차량용 유사휘발유로 사용이 늘면서 수백 가구가 사는 공동주택에까지 시너가 많이 저장돼 있다는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소방본부 우명진 예방홍보담당은 "편의를 위해 시너의 무허가 지정 저장수량을 완화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200ℓ 이하의 위험물은 대구시 위험물안전관리조례로 따로 과태료 부과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경북대 방재연구소 홍원화 교수는 "유사휘발유로 많이 이용하는 시너는 일반 휘발유보다 폭발성이 더 크기 때문에 안전지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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