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쇼핑·문화·오락 '지도' 바뀐다…재도약하는 동성로

"모든 게 다 있잖아요. 영화도 보고 쇼핑도 즐기고, 또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게다가 오가는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죠."

직장인 손희숙(33·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동성로를 찾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성로 진출을 꿈꾸는 외지 개발업자들은 동성로를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복합상권'이라고 표현한다. 유동인구를 포함해 300만명 이상이 북적대는 거대도시에 이 곳처럼 인구가 밀집되는 쇼핑거리는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것.

하지만 동성로는 한 때 위기에 처했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지난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억대 권리금이 얹혀 있던 상가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젊은이들로 북적대던 거리는 저녁 무렵 적막감마저 들 정도였다.

그로부터 3년. 동성로가 꿈틀거리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새로운 동맥이 뚫렸다. 내년까지 새로 들어서는 대형 쇼핑몰만 지하상가를 포함해 무려 6곳. 거기에 터줏대감인 대구백화점 본점이 용트림을 시작했다. 북쪽을 장악한 동아백화점 본점 아울렛도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을 준비 중이다. 거리에 늘어선 로드숍들도 새 봄을 맞아 10여곳 이상 새롭게 매장 단장에 나섰다. 흉물스럽던 지상 배전반을 땅 속으로 묻는 작업이 시작되고, 대구시는 실개천이 흐르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잇따라 문을 여는 대형 쇼핑몰

동성로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40만~50만 명, 주말엔 100만 명까지 이른다. 이처럼 밀집된 공간에 문화와 오락, 브랜드 쇼핑 기능을 겸한 멀티 쇼핑몰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의아스러울 정도. 올해부터 시작되는 동성로 재도약의 발판은 앞다퉈 입점하는 대형 쇼핑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게는 대지 면적이 300평에서 2천100여평에 이른다. 5개 쇼핑몰의 연면적을 모두 합치면 무려 3만8천평에 육박한다. 지하 2층에서 지상 14층에 이르는 쇼핑몰도 등장한다. 이들 건물의 지하 및 지상 층수를 모두 더할 경우, 79층에 이르는 초대형 빌딩이 대구 한복판에 선보이는 셈. 도심이 밑그림부터 달라지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쇼핑몰들은 기존 도심 쇼핑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먼저 차별화 전략의 첫번째 카드는 '브랜드 위주의 쇼핑몰'. 매장을 최대한 브랜드 위주로 꾸미고, 거기에 명품 및 유명 브랜드 아울렛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달라지는 20, 30대 주 소비계층의 선호도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놀이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패션·잡화매장만 즐비한 쇼핑몰은 재미가 없다. 말 그대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버무려놓은 '쇼퍼테인먼트' 매장을 꾸미겠다는 의미다. 이들 쇼핑몰이 내년까지 새롭게 선보이는 멀티플렉스만 무려 초대형 아이맥스관을 포함해 36개관에 이른다. 심지어 아이스링크까지 선보이는 곳도 있다. 건물 최상층에 문화예술센터를 갖추는 쇼핑몰의 경우 음악회·전시회를 열어 젊은 층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쇼핑몰 시행사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백화점과 보세전문 쇼핑몰, 로드숍이 중심이 된 동성로가 제 1세대였다면 대형 쇼퍼테인먼트몰이 잇따라 들어서는 올해부터는 제 2세대 동성로의 시작"이라며 "지하철 개통이나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 한전 배전반 지중화 등의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동성로를 찾는 젊은이들의 쇼핑과 놀이 문화가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백화점의 대응

동성로의 정점은 대구백화점 본점. 이미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간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연교 증축과 함께 2층부터 4층까지 여성의류 매장을 일체형 매장으로 확대했다. 리뉴얼 전인 지난 해 5~7월까지 매출과 리뉴얼 이후인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출을 비교해보면 매출·이익 모두 10%대의 신장을 기록하는 긍정적 효과를 냈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수도 리뉴얼 전에 비해 10% 이상 늘었고, 인테리어 및 브랜드 고급화 이후 정상제품 매출 비중도 53.9%로 7.5% 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백의 자존심. 지난해 1차 리뉴얼에서 30억 원 이상을 투자했던 대백은 올해와 내년에 본격적인 마스터플랜을 통해 본점을 완전히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본관과 주차장 사이에 있는 여유공간을 매장으로 확대하는 것. 투자비용은 수백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대백측은 충분한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매장이 확대될 경우, 1층 면적만 현재 740여평에서 950평으로 늘어나고, 현재 연면적은 5천600여평에서 7천100여평으로 대폭 넓어질 전망이다.

대구백화점 소병간 본점장은 "아직 구상 단계지만 본점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매장 면적만 넓히는 것이 아니라 전층에 걸쳐 브랜드 재배치 및 입점 등으로 그랜드 리뉴얼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동아백화점 본점(아울렛)은 지난 2002년 9월 다소 침체된 동성로 북쪽 상권의 부활을 위해 130여개의 국내·외 톱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품격·고감도 아울렛으로 거듭났다. 이후 2003년부터 연간 매출이 10%씩 늘고, 입점 고객수도 20% 이상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고객 이탈을 우려했던 2003년 롯데 대구점 개점은 동성로 북쪽 상권의 유동인구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경기 회복으로 교동시장 및 전자상가 등이 활기를 찾으면서 본점은 아울렛 변신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동아백화점 본점의 고객추이를 보면 전년대비 금년 신규 고객 유입율이 51%에 달할 정도로 신규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만큼 동성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달서·수성·북구 고객들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20대 주력 고객과 함께 30, 40대 후반 고객들의 증가가 두드러진 추세다. 동아백화점 황진주 본점장은 "1층 패션잡화의 경우 교동의 귀금속 특구지정과 연계한 쥬얼리군을 꾸미고, 고급 핸드백 브랜드 및 수입명품 멀티숍도 아울렛으로 전개할 예정"이라며 "최근 유명 브랜드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숲, 엘르, 캐네스레이디 등이 입점했으며, 30~40대를 겨냥해 아동의류를 보강하는 한편 수유실, 고객휴게실, 놀이방 등도 확충했다"고 말했다.

◆동성로의 과제

동성로 상인들은 제2의 도약기를 맞기 위해 풀어야 할 우선 과제로 기업형 노점상 정리를 꼽았다. 현재 동성로에 자리잡은 노점상은 200여개. 일부 생계형 노점상도 있지만 상당수는 기업화한 노점상이라는 게 동성로상가번영회측 주장이다. 당초 대구역에서 대구백화점 본점을 지나 중앙파출소에 이르는 거리는 '노점상 절대 금지구역'이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이 거리를 중심으로 노점상이 번성하고 있다는 것. 점포당 매출액은 하루 평균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동성로상가번영회 김운수 회장은 "현재 동성로 노점상을 '거느리는' 조직이 3개파에 이르며, 한 개파에서 노점상을 새로 만들 때마다 경쟁적으로 다른 파에서도 노점상을 신설하고 있다"며 "관할 행정기관에 노점상 불법 영업을 신고해도 공무원들이 나와서 단속할 때만 잠시 판매대를 옮길 뿐 한시간도 채 안돼 다시 장사에 나서는 등 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구시가 밝힌 실개천이 흐르는 동성로에 대해서도 상인들은 일단 반대 입장을 표했다. 노점상 단속이나 차량통행 금지구역내에 낮시간대 자동차가 통행하는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묶는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주장. 김운수 번영회장은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는 동성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행정기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없이 단순히 일반차량 진입을 막는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동성로를 둘러싼 외곽에 충분한 주차시설을 확충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주차시설은 보다 저렴한 비용 부담으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융통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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