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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들에 '이상화 시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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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대구가 낳은 민족시인 이상화의 시비를 시인이 시상을 떠올렸던 수성들에 세운다. 대구 달성공원에 '나의 침실로'를 새긴 상화 시비가 있지만, 이번 시비 건립은 역사성과 현장감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15일 오후 2시 대구 수성못 상단공원에서 제막식을 가지는 상화 시비는 규모면에서도 국내 굴지의 크기이다. 가로 4.6m 세로 2.8m의 시비에 담은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중견 서예가 권시환씨가 쓰고 석공 명장 윤만걸씨가 조각했다.

제막식에는 식전행사인 대북공연에 이어 박해수 전 대구문인협회장이 상화 시인의 약력을 소개하며 곽홍란 시인이 시를 낭송한다. 또 유족대표 이충희씨(상화 시인의 차남)와 김규택 수성구청장이 시비 제목 중 '들'자에 먹물을 입히며 상화 시인의 민족정신과 문학세계를 되새긴다.

'되찾은' 들에 '봄'은 왔건만, 세월따라 이제는 주택가로 변해버린 드넓던 수성들판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혼은 올 봄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을까.

김규택 수성구청장은 "광복 60주년과 수성구청 개청 25주년을 맞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원문을 새긴 시비를 수성들에 새운다"며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에 준열한 민족혼을 지폈던 문학의 현장이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우는 터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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