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로 가는 길
김윤현
삶이란 결국 피할 수 없는 싸움인가
막걸리에다 수북이 씹히는 콩
꿈도 꾸지 못했던 한약재
이건 내 즐거운 식단이 아니다
나는 이제 풀을 기대할 수 없나
분수에 맞지 않게 배불리 먹고
소화시킨 건 근육 같은 전의(戰意)
세상이 받아 주면
싸움도 죄가 되지 않는 곳으로
뿔을 단단히 세우고 뚜벅뚜벅 걷는다
상대를 무너뜨려야 내가 온전해지는 세상
물러나면 길고 긴 밤이 온다
무너뜨리는 상대도 알고 보면
내일 또는 먼 훗날의 내가 아닌가
청도로 가는 길목마다 수북이 돋아난 적개심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청도(淸道)에서는 이맘 때, '소싸움 축제'가 열리지요. 우리는 '소싸움'을 축제로 즐기지만 '소' 쪽에서는 '싸움'이 축제일 수 없겠지요. 그렇지만 싸움에 익숙해진 '청도로 가는 소들'은 싸움을 '삶'으로 받아들입니다. 또한 '상대를 무너뜨려야 내가 온전해지는 세상'임을 압니다. '무너뜨리는 상대도 알고 보면/ 내일 또는 먼 훗날의', '나'임도 압니다.
이 시를 읽으면 정작 '삶을 피할 수 없는 싸움'으로 인식하는 것은 바로 이 시대의 '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요. 우리 안의 '전의(戰意)'와 '적개심'을 '삶'이라는 명제로 날을 세우고 있지나 않은지요.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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