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도시 건설, 에너지클러스터 구축, 외자 유치 등등 이런 추상적인 말씀 마시구요, 당장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만 제시해 보세요."
5·31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사실상 득표활동에 나선 출마희망자들이 몰라보게 높아진 시민들 민도(民度)에 혹독한 사전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포항시장 선거를 준비 중인 모씨는 15일 한 노인정에 인사차 들렀다가 호된 꾸지람을 당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선거 앞두고 표 얻기 위해 잠시 관심갖는 척하다가 당선되면 잊어버리는 게 당신네 속성 아니냐. 이곳이 표 모아 주는 곳 아니니 다시는 오지마라'고 호통치는 바람에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고 했다.
다른 한 출마희망자도 주민복지관을 찾아 자신이 구상한 장기전략을 설명하려다가 "지금 배고픈데 10년, 20년 뒤 이야기하게 생겼느냐"는 핀잔과 함께 "당장 일자리 10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보라는 즉석 질문을 받고 진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지역을 가릴 것 없이 단체장 출마희망자들은 민생과 실물경제가 엉망인데 당선 가능성 높은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장밋빛 공약만 남발하고 청년실업, 실직가장, 몰락하는 소상공인 등 당장의 현안에 대해서는 무대책이라는 주민들 비판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처지인 것.
또 한 도의원 지망자는 "학·경력이나 정책공약 등은 나중의 문제이고 도덕성이나 정직성에 하자가 있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골프추문과 성추행 사건 이후 자질 검증이 더욱 엄격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특히 지방의원 지망자에 대해서는 토착세력화를 우선 경계의 대상으로 꼽고 있는 것 같다고 출마희망자들은 전했다. 지방의원이 유급제로 전환된 만큼 질적 향상이 있어야 하고 각종 관급공사나 납품 등 개인영리와 의원 신분을 연관짓거나 특정 기업 및 기업인의 비호세력화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
한 포항시의원 지망자는 "유지행세 하려거나 돈 벌려고 작정한다면 아예 나서지 마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했고, 재선에 도전하는 한 현직 시의원은 "동료 현직 시의원들의 정확한 직업과 주변 친분관계를 알려달라는 시민단체 요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