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6학년 시절 또래 남자 아이들과 팔씨름할 때 마다 이겨 주위를 놀라게 했던 소녀는 교내 체육대회에 나가 포환던지기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소녀에게 운동을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다 양궁과 골프 중 골프를 시키기로 결정했다. 박세리가 미국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무렵이었다. 21살의 김지영(사진)은 그렇게 골프채를 잡은 지 5년만에 프로 골퍼가 됐고 다음해인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 전 경기 출전권을 확보, 올 시즌 본격적인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지영이 프로 골퍼로 성장하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골프를 시키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지도 몰랐던 아버지 김대규씨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딸에게 좋은 훈련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했다. 겨울철 해외 전지훈련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대회 참가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 선수들에게 그린피 혜택이 주어지는 대회만 골라 참가했다. 김씨는 "대회에 참가하더라도 숙박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경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 일찍 대회 장소에 도착, 연습 라운드는 하지도 못한 채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대신 아버지와 딸은 혹독한 훈련을 거듭했다. 신암여중과 정화여고를 거치면서 김지영은 5년간 단 하루도 연습을 쉬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학교에 나가 근력을 키우기 위해 야구 배트로 타이어를 쳤고 밤9시까지 골프 연습장에서 살았다. 명절에도 제사를 지내고 나면 골프채를 챙겨들고 연습장으로 향했다. 몸살을 앓을 때 조차 퍼팅 연습에 매달렸다. 생업을 접고 딸의 뒷바라지에 나선 김씨는 골프를 하지 못하면서도 골프 이론서를 파고 들어 해박한 골프 이론으로 딸의 코치와 캐디가 됐다. 엄한 아버지와 사춘기의 딸은 갈등을 빚기도 해 고교 시절 딸은 두 차례 가출하기도 했다.
김지영은 지난해 프로 2부 투어 상금 9위를 차지, 올 시즌 전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녀의 키는 프로 골퍼중 최단신인 153cm. 김미현보다 작고 '슈퍼 땅콩'으로 불리는 장 정과 같은 키다. 비거리가 짧은 대신 숏 게임에 능한 것이 그녀의 플레이 특징이다. 더구나 정신력이 매우 강해 근성있는 플레이를 펼친다. 그녀는 배창효 코치로 부터 지난해 간결한 '단일면 스윙'으로 스윙 동작을 바꾼 후 페어웨이 안착률 등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단일면 스윙'이란 드라이버 헤드를 낮춰 몸의 회전 방향과 드라이버의 회전 궤적 차이를 줄이는 스윙으로 단순하면서도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이다.
프로무대의 출발점에 선 김지영은 "올 시즌 참가하는 대회마다 컷 오프를 통과하고 일본 무대 출전 자격을 얻는 데에도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 이후 자신감을 쌓아 더 큰 무대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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