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BC 준결승 한-일전 '정신력이 승부 가른다'

'야구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초대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19일 낮 12시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숙적' 일본과 준결승을 갖는다. WBC조직위원회가 미국의 결승 진출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기상천외한 대진표 때문에 성사된 이번 대회 세 번째 맞대결이다. 4개국간의 풀리그로 펼쳐졌던 아시아 라운드와 준준결승 때와는 달리 결승 진출을 가리는 토너먼트라 지면 무조건 탈락하는 '외나무 대결'이다.

앞선 일본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한국은 이전의 '쫓는 자'에서 '쫓기는 자'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겨도 본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한국으로서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이 멕시코에 지는 덕분에 기사회생한 일본이 만일 우승하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한국은 이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정신력과 집중력이 승부 가른다= "일본에는 죽어도 질 수 없다"는 한국과 "이번 만큼은 설욕하겠다"는 일본 선수단의 각오가 팽팽한 긴장감을 전하고 있다. 어부지리로 벼랑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일본이 오히려 부담 없는 경기를 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대회 전만 해도 일본이 한 수 앞선 것으로 평가됐지만 양국의 실력차는 종이 한 장 차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집중력에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야구는 '한 경기에서 3차례 기회가 온다'고 한다. 도쿄돔에서 결승 2점 홈런을 친 이승엽, 애너하임에서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친 이종범에 이어 이번에는 누가 영웅이 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빅매치는 수비가 승부 좌우=한국은 탄탄한 수비를 주춧돌 삼아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일본은 2차례 한국전에서 우익수 이진영의 환상적인 호수비에 걸려 선취 득점 기회를 날렸다. 2조 준준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는 지역 예선에서 콜드게임으로 물리쳤던 쿠바에 유격수의 어이없는 송구 실책으로 2점을 헌납하면서 무너졌다. 이날 경기에서도 한 차례의 실책은 치명적인 독이 될 것이다. 한국은 6차례 경기에서 단 한 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선발 대결에서 승패 갈린다=한국의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과 일본의 '포크볼의 달인' 우에하라 고지가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 서재응은 도쿄돔의 김선우, 애너하임에서의 박찬호에 이어 일본전 선발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국으로서는 빅리그의 선발투수들이 차례로 나서는 셈이다. 서재응은 8강 진출과 4강 진출의 사활이 걸렸던 3일 대만전과 13일 멕시코전에서 선발로 나서 2승을 챙겼다.우에하라는 요미우리의 에이스로 일본프로야구 최정상급 투수다. 부드러운 손목 움직임을 통해 구종을 철저히 감추고 나오는 투수로 3일 중국전과 13일 미국전에 선발 등판했다. 중국전에서 1승을 챙겼고 미국전에서는 5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가 95개까지 늘어나는 준결승이기에 경기 막판 승부가 갈린 이전과는 달리 선발투수들이 승패의 운명을 짊어질 전망이다.

△행운, 확률 등 변수=이번 대회에서 행운은 현재까지 한국의 품에 안겨 있다. 둥근 방망이로 둥근 공을 치는 야구 경기에서 행운은 승리의 30%를 차지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야구가 확률 게임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번에는 행운이 한국을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 앞선 일본이 이미 두 번이나 졌기에 이번에는 이긴다는 가정도 해볼 수 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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