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 찾아 마술쇼 여는 이재규씨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보잘것없는 제 공연 보고 '마음의 병' 고쳤으면 좋겠어요"

"의사선생님은 보이는 병, 마술은 마음의 병을 고친답니다."

31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소망의원 신장실에는 "이야! 신기하네!"라는 탄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가득했다. 이곳에 입원 중인 10여 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이재규(32) 씨가 펼쳐보인 마술이 신기한 모양. 이 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큰둥하던 반응과 달리 신문지를 찢었다가 다시 잇고 각기 다른 끈 셋을 만졌을 뿐인데 하나로 잇다가 풀어지기도 하자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번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순식간에 손에서 사라지게 하고 보여준 카드도 손짓 한 번으로 바꿔 버렸다. 이 씨가 30여 분간 다양한 마술을 선보이자 병실 침대에 누운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고 마무리 인사를 하는 이 씨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환자들의 대환영을 받은 마술사 이 씨. 그러나 그의 진짜 직업은 한 외국계 제약회사(한국아스트라제네카) 영업사원이다. 자신의 거래처인 이 병원 원장이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듣고 환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싶다며 청해 이 같은 이벤트를 벌였다.

"환자분들이 즐거워하시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어설픈 솜씨인데 열띤 반응을 보여주시니 쑥스럽습니다."

겸손하게 말을 했지만 이 씨의 공연을 보면 마술경력만 3년을 넘긴 노련함이 돋보인다. 지난 2004년 1월 회사 신년모임에서 장기자랑으로 한 달간 학원을 다니며 배워둔 마술을 선보인 것이 이 씨의 첫 공연이었다. 지금도 틈틈이 인터넷 마술 사이트를 찾고 책을 사다 보며 솜씨를 갈고 닦는다.

"어머니가 동대구역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에 참여하는 등 예전부터 봉사활동에 열성적이었어요. 저도 그 영향을 받았나 봅니다. 첫 공연에서 용기를 얻은 뒤 이왕이면 혼자 즐기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게 됐어요."

이날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마술공연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대전에서 일할 당시 대전시민회관에서 환자가족들을 초청해 '매직쇼'를 열기도 했고 올해 1월 고향인 대구로 발령받은 뒤부터는 매달 한 번씩 '밀알의 집(대구시 남구 대명동,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을 찾아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펼친다.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마술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이 씨.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불우이웃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싶단다.

"마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겨둡니다. '특기는 혼자 잘하는 것이지만 취미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즐기고 누리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사람들 앞에 서면 제 취미는 마술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