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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촌스런 고3들의 반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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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세대였던 우리는 학력고사를 치르고 나면 방학을 하기까지 두 달 남짓 그야말로 학교에서 노는 시간이 주어졌다.화장품회사에서 와서 화장법도 강의하고 견본품도 주고 갔고 그간 밀린 무용, 체육 수업을 위해 녹음기를 틀어두고 에어로빅을 배우기도 했다.

시간이 많았으니 놀이문화도 발전했고 실장의 주선으로 모 고등학교 한 반과 반팅(한 반 전체가 함께 미팅을 하는 것)을 하게 되었다.그야말로 007미팅의 실천이었고 내겐 첫 미팅이었다.

7명씩 번호로 잘라 대구백화점, 경상감영공원(구 중앙공원), 한일극장 앞 등에서 만났다.우리 조는 경상감영공원에서 만났다.초겨울 시작 무렵 비가 오는 공원에 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 당시만 해도 담장이 있었고 입장료도 100원을 받았다.

촌스런 고3생 14명은 비를 피해 '선화당'(경상감영의 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곳)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그 곳에서 각자 가진 물건들을 내어 파트너를 정했다.그 파트너의 얼굴도 함께 나갔던 7명의 친구들도 기억나지 않지만 조용한 공원에다 웃음을 뿌리고 온 추억만이 남아있다.

권경윤(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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