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버스토리] 사감이 본 기숙사…덕원고 하영진씨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측은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니 대견할 때가 더 많죠."

덕원고 기숙사에서 3년째 사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하영진(56) 씨. 오후 5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CCTV와 함께 학생들의 '밤'을 지키고 있다.

기숙사 생활 규칙은 엄격하다. "인터넷 방송 시간에 다른 사이트를 열어보거나 MP3로 음악을 듣다 걸리면 가차 없이 벌점이 나가지요."

휴대전화 소지도 올해부터 벌점 대상에 포함됐다. 공부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학생들은 기숙사 1층에 있는 수신자 전용 전화를 이용해 부모님과 필요한 연락을 할 수 있다. 하 씨는 그러나 학생들이 꽉 짜여진 기숙사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에 매번 놀란다고 말했다.

다니던 직장에서 명퇴한 뒤 밤낮이 바뀐 생활을 선택했지만, 자식 같은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다보니 오히려 즐겁다.

"학원 갔다 오는 친구한테 '야식 시켜놨으니까 들고 와라'고 하는 녀석도 있었고, 아, 글쎄 배달 온 야식을 3층에서 줄넘기 줄을 내려서 방으로 달아올리는 놈들도 있다니까요."

하 씨는 "학기 초 무리하게 공부하다 7, 8월쯤 기가 빠져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이렇게 공부해 대학에 진학하고도 다시 구직난에 허덕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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