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얄궂은 운명'…박지성, 이영표를 울리다

18일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29·토튼햄 핫스퍼)의 맞대결이 펼쳐진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레인 구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 1위의 가능성이 산술적으로 희미하게 남아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그 4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토튼햄의 대결은 영국 전역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경기가 열리기 전 관객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쳤고 일부 한국인 팬들도 표를 구하기 위해 침낭을 갖고 와 구장앞에서 진을 치기도 했다.

원정 경기에 나선 맨유 선수들은 토튼햄 팬들의 야유를 받아가며 경기에 나섰고 박지성과 이영표는 끊임없이 부딪혔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공격 능력을 보유한 이영표를 압박하기 위해 왼쪽 미드필더로 내보내던 박지성을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시켰고 왼쪽 윙백인 이영표와 포지션상 충돌할 수 밖에 없었다. 토튼햄 홈 페이지는 이영표와 박지성의 '한국인 대결'을 알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결과는 박지성의 판정승이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경기 중반까지 때로는 서로 볼을 뺏기도 했지만 상대가 압박해올 때마다 직접 돌파하기 보다는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해줘 직접적인 맞대결은 피하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달아오르면서 박지성은 1대0으로 앞서던 전반 36분 자기 진영에서 볼을 다루던 이영표의 뒤에서 볼을 가로챘다. 이영표가 넘어졌지만 심판의 반칙 휘슬이 울리지 않았고 볼은 문전 앞에 있던 웨인 루니에게 연결돼 루니가 이를 결승골로 연결시켰다. 맨유의 2대1 승리로 끝난 경기에서 이 상황은 박지성에게 7번째 어시스트를 안겼지만 이영표는 팀 패배의 빌미가 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 순간이었다. 얄궂은 운명은 한국인 선수끼리 팀 승패의 수훈과 실수가 엇갈리도록 했다.

이어 열린 첼시와 에버튼의 경기에서 선두 첼시가 프랭크 람파드, 디디에 드로그바, 미셸 에시앙의 릴레이 골로 3대0으로 완승, 승점 1점만 챙기면 리그 우승이 확정돼 리그 2연패가 눈앞에 다가왔다.

영국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맨유와 토튼햄의 경기 후 박지성의 플레이에 대해 '열정으로 가득찼다(full of zest)'는 평가와 함께 평점7점을 매겼고 이영표는 '결정적인 실수(crucial mistake)'라는 촌평과 함께 평점 5점을 줬다.

그러나 이영표는 경기 후 박지성에게 "잘 했다"며 등을 두드려줬으며 박지성도 선배 이영표에게 "수고했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딕 아드보카드 한국대표팀 감독은 "이영표는 국제적으로 검증된 선수지만 오늘 플레이는 실수였다"고 평했다.

토튼햄의 마틴 욜 감독은 이영표의 수비 실수에 대해 "그렇게 플레이하지는 말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이영표는 시즌 내내 잘해왔으며 한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신뢰를 표시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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