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손가정 아이들 "5월이 더 서러워요"

지난 21일 동대구역에 정차된 군용 장갑차 위에서 박모(10) 군이 감전돼 숨졌다. 당시 역내 CCTV에는 놀란듯 빠르게 도망치는 한 어린이가 포착됐다. 박군의 거의 유일한 친구였던 김모(9) 군이었다.

경찰은 김 군이 초교 3학년에 불과한데도 심한 말썽으로 이미 수차례나 경찰서를 들락거렸다고 전했다. 부모는 3년전 이혼했고 폐품을 모아 파는 할머니(72) 혼자 김 군을 돌보고 있다.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 수급대상도 되지 못한 탓에 김 군은 제대로 먹지 못해 또래보다 키가 한 뼘이나 작다.

가장의 가출, 부모의 이혼 등으로 결손 가정의 어린이들은 가정의 달 5월에도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이제 겨우 11살인 A 양은 보호자로부터 보호받기는커녕 방치당하고 있다. A양 아버지는 건설 현장 노무자로 일하며 거의 집에 들르지 않고, 엄마는 집을 나간 지 오래다. 할머니 손에 자란 A 양은 어린 나이에도 도둑질과 가출을 거듭하고 있다.

B(12) 군 형제는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집을 나갔다가 잠이 들면 돌아오길 반복한다. 어른들의 외면 속에 학교에 지각하거나 가출은 예사고 지난 해부터는 담배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구시 아동보호전문기관(옛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해부터 올 4월까지 '방임 및 유기' 관련 신고는 103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 337건 중 30.5%를 차지했다. 2004년 83건, 2003년 49건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셈.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먹고 살기 바쁘다, 애들은 알아서 큰다' 식의 발상 때문에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린다."며 "혼자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짓눌린 편부모들이 자녀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문희영 대구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학교에서 가정방문을 부분적으로 부활시키거나 통·반장을 후견인으로 활용, 아이들이 거리를 배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복지관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학대 아동을 위한 지원금을 행정기관의 사회복지사가 위탁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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