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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정치인들 싸움판으로 변한 봉축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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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행사장이 정치인들의 싸움판으로 변질돼 불교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상주초교에서 열린 봉축행사에 참석했던 지역출신 이상배 국회의원과 상주시의회 김기환 의장이 오랫동안 쌓여있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추태(?)를 보였던 것. 이 때문에 이날 행사진행이 10여분간 지연됐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감정싸움은 이어졌다.

이날 충돌은 오래전 부터 예견돼 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주에서 지역낙후에 대한 책임문제가 공론화되자 이상배 국회의원은 '김근수 시장과 김기환 의장 책임론'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이 의원과 김 의장 사이에 감정의 골이 패이기 시작해 급기야 한나라당 시의원 공천과정에서 김 의장이 추천한 현직 시의원에 대해 이 의원이 전혀 고려하지 않자 김 의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까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도 행사시작 5분여를 앞두고 두사람은 평소 불편했던 속내를 드러내면서 언성이 높아졌고 끝내 고성과 욕설, 삿대질로 이어졌다. 이들의 싸움은 행사 진행자들이 말려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법요식이 끝나고 제등행렬이 준비되는 동안 또 다시 불거져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1일 상주시청을 찾은 상주시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은 "생일잔치를 축하하러 온 인사들이 서로 막말로 싸움하는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범 불교계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나갈 것"이라 했다.

각 사찰 청년회를 중심으로 한 신행단체들도 부처님을 무시한 처사로 규정짓고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사암연합회장인 서담(북장사 주지) 스님은 "이들 정치인들의 싸움으로 봉축행사가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며 "지면을 통한 공개사과와 시비에 대한 진상을 밝히지 않을 경우 범 불교계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 주민들도 이제라도 이들이 지난 민선 10년의 지역낙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뼈아픈 자기반성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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