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사학법 재개정 논의를 거부하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민생관련 4개 법안 처리를 강행하기로 한 2일 국회 본회의장 주변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 등의 협조를 얻어 3·30 부동산대책 관련 입법 등 주요 민생현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본회의장 봉쇄를 통해 이날 중 법안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공관 점거와 함께 여당의 물리력을 동원한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의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이미 본회의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고 김원기 국회의장 대신 김덕규 부의장을 동원한 직권 상정안 처리까지 시사하고 있어 여야 간에 극적인 타협점을 찾지 않는 한 지난해 연말 여당의 일방적 사학법 처리 때의 육탄전 국회가 재연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대치=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장 입구를 양쪽으로 나눠 이른 아침부터 대치상황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8시 국회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안이 처리될지도 모른다는 '첩보'에 따라 긴급히 본회의장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이 자리에는 이미 전날부터 진을 치고 있는 열린우리당 보좌진과 국회의원들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고 여야 의원 100여 명은 1m도 안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장 출입문 입구에는 열린우리당 측에서 한나라당의 물리력을 동원한 본회의장 진입 시도를 막기 위해 여당 측 여직원들을 동원해 출입문을 막아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처리에 대비해 한나라당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전날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소속 의원 20여 명으로 '특공대'를 파견한 한나라당은 일단 김원기 국회의장 신병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김덕규 열린우리당 국회부의장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측이 한나라당의 국회의장 공관 점거로 김 의장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할 경우 김 부의장을 동원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나 정작 김 부의장은 자택과 사무실에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한나라당의 애를 태우고 있는 것.
하지만 차기 국회의장직을 노리고 있는 김 부의장은 이번 국회를 끝으로 임기가 끝나는 김 의장과 달리 차기 국회의장 선출 때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을 대신해 직권상정 처리라는 '악역'을 맡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야 기세 싸움은 계속=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의 입장에서 반드시 본회의 처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민생법안은 반드시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면서 "한나라당이 물리력으로 법안처리를 막는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 16개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청했고 김 의장은 이 가운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안, 도시·주거환경정비법안, 임대주택법안 등 부동산 3법, 동북아역사재단법안 등 4개 법안을 직권상정하기로 했다.
오영식 공보부대표도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사학법 재개정은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을 고수하기 위해 민생법안을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해치는 낡은 정치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국회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있다며 여당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식언정치, 김원기 국회의장의 날치기 정치, 열린우리당의 반의회 정치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극소수의 급진과격 세력에게 여당 지도부가 끌려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전날 심야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국회 본회의 상정 실력저지 방침을 확인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저녁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고민 끝에 한 권고인데 이렇게 해서는 안되지 않겠느냐? 사학법 재개정은 약속한 것인데 직권상정하면 정치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민노당이 여당의 '낭중취물(囊中取物·주머니 속 물건)'이냐? 그렇게 하면 한나라당은 가만 두지 않을 것이며,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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