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시간도 태양에 빛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김수로 왕과 허 황후의 달빛설화가 전설로 거듭나는 금관가야의 고도(古都) 김해. 기마인물상과 옛사람들의 손때 묻은 토기의 출토로 역사의 전면에 그 실체를 드러낸 가락국.
예부터 솜씨 좋은 도공들이 자유분방하게 분청사기(회색이나 회흑색의 태토에 백토를 바른 후 유약을 입혀 구워낸 도자기)를 빚어내기로 유명한 이 곳에 흙이 가진 무한 가능성을 현대적으로 조명한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김해시 진례면 송정리 2천 500여 평에 세워진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클레이아크란 흙(clay)과 건축(architecture)의 합성어로 도자(陶瓷)와 건축의 만남을 지향하는 공간을 뜻하는 말로 이 곳에 가면 흙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 삶의 진보와 생활환경으로서 건축의 발전을 눈과 손으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옷을 갈아입는 원형 돔 전시관
미술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잡는 건물이 원형 돔 전시관과 그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Fired Painting(구운 그림)'이다. 구운 흙 도판에 일일이 손으로 그림을 그려 제작한 정사각형(가로x세로 48cm)타일 4천400여 장이 원형 돔 전시관 외부를 감싸고 있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미술관 소장 1호)이다. 상징적인 원시미술의 패턴을 모티브로 한 단순한 형태와 회화적인 색상 표현을 통해 활기찬 미래를 표방하고 있다.
각각의 타일은 접착제 없이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건물에 고정돼 외벽에 손상을 주지 않고 언제든 탈'부착이 가능해 건물이 옷을 갈아입듯 색상과 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특징. 건축자재로서 내구성과 내화성을 갖춘 점도 장점이다.
또한 자연채광이 그대로 비춰지는 중앙 홀의 유리 돔형 천장은 첨단공법으로 지어져 9m 이상의 대형작품 전시나 공연도 가능하다.
◆미술관의 등대 클레이아크 타워
미술관 언덕 뒤편 총 20m 높이로 설치된 클레이아크 타워는 멀리서도 미술관의 위치와 방향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한다. 클레이아크 고유의 사선무늬 1천여 장을 부착한 이 타워는 원형 전시관 외관과 통일감을 준다. 타워 인근 야외는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나무 데크로 꾸민 테라스 공간을 조성해 관람객에게 색다른 쉼터공간의 기능을 담당한다.
◆산책로와 피크닉 공원
미술관 주변엔 관람객들이 전시관람 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야외산책로와 피크닉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수호초, 자산홍, 느티나무, 수선화 등 많은 꽃과 나무들이 고대 중국 성에서 사용했던 판석들로 연결된 주변 산책로를 따라 아름답게 심어져 있다.
원형 전시관과 체험관, 연수관으로 이어지는 길과 클레이아크에서 미술관 뒤편 잔디마당인피크닉 공원으로 연결된 작은 산책로를 걷노라면 잠시 일상의 짐을 벗을 수 있다.
◆연수관과 도자체험관
연수관은 건축도자 발전을 위해 도예가, 건축가 등 전문가들이 1년에 2차례(1회 3개월) 이곳에서 체류하며 작품을 직접 제작하거나 전시하면서 쌓은 경험과 기술, 정보, 아이디어 등을 교환하는 국제 교류창구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작업공간엔 한번에 2m이상의 작품을 소성할 수 있는 대형 가스가마를 비롯해 재료실험을 위한 석고실, 게스트 룸 등이 있다. 언덕에 자리한 연수관의 게스트 룸에 들면 진례면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조망을 구경할 수 있다.
도자체험관은 흙 체험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도자실습공간인 체험관은 한번에 50명을 수용하는 작업실과 기자재실과 소성실 등이 있어 개인과 가족단위 및 단체의 흙 빚기가 가능하다. 체험은 일일코스와 1개월 단위 초'중'고급의 정규과정인 아카데미코스로 운영된다.
입장료=개인: 어른 2천 원, 청소년 1천 원, 어린이 500원, 단체: 어른 1천6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400원. 문의:055)340-7016.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가는 길=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대동분기점을 빠져 대동 톨게이트를 통과한 후 다시 대저 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진례IC를 나오면 삼거리에서 좌회전, 김해방면으로 달리면 이정표가 나온다.
◇개관기념 세계건축도자전과 특별전 가형명기전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은 개관(3월 24일) 기념으로 원형 돔 전시관에서 '세계건축도자전'과 특별전인 '가형명기전'을 열고 있다.
다양한 예술적인 구상들을 흙이라는 매체와 건축적 이미지로 펼쳐 보이는 세계건축도자전은 10개국 16명(국내작가 3인)의 유명작가의 작품 47점을 전시하고 있다.
△도자와 건축 △도자와 실험 공간 △도시와 공공미술 등 세 파트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흙의 예술적 미학을 인간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
전시관 초입서 만나는 다니엘 퐁또르(프랑스)의 '허공을 향하여 부드럽게'는 고대 벽돌 주조틀을 이용해 벽돌을 찍고 이를 탑으로 쌓아 강철 사다리를 기대어 놓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벽돌 제조기법을 이용해 과거와 현대의 건축을 아우르는 역동적 감성을 표현한 이 작품은 흥미로운 인식의 전환을 경험하게 한다.
특히 타다야수 사사야마(일본)의 작품 '구성'은 구운 흙에서 금속의 질감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걸작에 속한다.
전시관 옆 작은 미디어실에선 참여 작가들의 인터뷰로 구성한 영상도 상영된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한편 도자점 로비에선 중국 춘추시대 부장품이었던 가형명기(家形明器:내세서도 현세에서와 같이 풍요로운 삶을 염원하기 위해 제작한 집 모양이 토기) 31점을 전시하고 있어 당시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8월말까지 전시.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5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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