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500여 년 동안 잊고 있었지만, 우리 민족의 핏속에는 진취적인 무예 정신이 녹아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 정신의 무한한 자양분이다. 이런 내재된 무(武)의 기질이 바르게 표출되지 못하고 변칙적으로 발산되면서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국민성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이제 문무(文武)의 균형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중견 출판사인 '동문선'의 신성대(辛成大·52) 대표의 말이다. 늘 남이 쓴 책을 출간만 해 주던 그가 생애 처음으로 낸 책이 '무덕(武德)-武의 문화, 武의 정신'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그가 무예를 통해 무엇을 깨닫고 얻었는가를 보여준다. 그에게 무예 수련이란 단순한 신체 단련의 차원이 아닌 것이다.
37년째 전통무예 십팔기(十八技)를 정진해 온 무인(武人)이기도 한 그는 출판사 대표인 동시에 '십팔기 보존회장'이며 '동양무예연구소장'이다. 그래서인가 "문(文)이 사유(思惟)하는 철학이라면, 무(武)는 행동하는 철학"이라는 게 그의 문(文)과 무(武)에 관한 관념이다.
나아가 "옛날 500원 지폐에는 이순신 장군 초상과 거북선이 있었지만, 요즘 우리 돈에는 세종대왕·퇴계·율곡 등 문인(文人)들 일색"이라고 꼬집어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현대사에서 군사독재의 어두운 역사 때문에 '무(武)'가 더 폄하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은 선비정신이 만든 게 아니라, 우리 혈관 속에 흐르는 기마민족의 진취적인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에 와서 그 용도가 폐기된 고대 무예를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평생 무예로 수양하지 않을 사람들에겐 그것이 그다지 중요한 일도 못 된다. 그렇더라도 무예의 깊은 이론과 제대로 된 실기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이왕이면 '무예란 무엇인가', '무예 문화란 무엇인가', '무예 정신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 시대에 무예가 필요한가'를 생각하면서 무예를 익혔으면 한다."
이 말이 어쩌면 지은이가 이 책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그동안 우리의 모든 문화를 문(文)의 시각으로만 보고 평가해 왔다며, 역사든 예술이든 문학이든 철학이든 무(武)의 시각에서 보면 세상사가 어떻게 달리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통무예 십팔기가 어느 한 문중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만든 무예로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라고 자랑하는 그는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 또한 무인으로서의 사명이라고 자처한다. 그리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균형잡힌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는 문무(文武)에 대한 이해의 균형부터 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지은이는 자신의 또 다른 '전공'인 무예에 대한 책 '무덕'을 집필하면서, 일반인은 물론 무예인들조차 무(武)와 무예정신(武藝精神)에 대한 인식이 거의 결여되어 있어 무예에 대한 일반상식부터 알려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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