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분들께 장학사라고 소개하면 '청소하던 일'이 떠오른다며 너스레를 떠는 경우가 흔하다. 친구들조차 '청소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게 한', '교장, 교감들을 벌벌 떨게 하던', '교실 뒤에서 은근하게 감시의 눈초리를 주던' 모습으로 장학사나 장학지도를 떠올린다. 현직 장학사인 나도 그런 기억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학교, 학생도 변했다. 교육 행정도 과거에는 '관 중심', '생산자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민 중심',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과거를 '고압적, 지시적'이라고 한다면 현재는 '지원적, 협의적'이다.
장학 행정도 과거 '시학(視學)' 개념에서 현재 '장학(?學)' 개념으로 바뀌었다. 감시, 감독 위주로 행하던 장학에서, 지원, 안내 위주의 장학으로 바뀐 것이다.
장학사들은 모두 학교 현장에서 상당 기간 직접 학생 지도를 하던 사람들이다. 장학사는 교과 전문성 신장을 지원하기 위한 일, 교육 활동의 행정적 정리를 돕기 위한 일, 국가 교육 정책의 현장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일 등을 하고 있다.
보통 장학사 한 사람이 지원 장학요원(교육연구사, 교감 등)과 함께 4개 정도의 학교를 맡아 장학 활동을 한다. 하루 일정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수업 및 행정 지원 활동으로 짜인다. 올해 내가 방문한 학교에서는 학교마다 여건에 맞는 특별한 교육 활동을 구안하여 교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학교에서는 60세가 넘은 선생님들께서 자발적으로 아침 등교 지도를 맡고 계셨다. 정문과 후문에 두 분씩 서서 과거 고압적인 자세로 하던 등교 지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계셨다. '밥은 먹었니?', '명찰이 비뚤어졌구나'처럼 자상한 대화로 활기찬 아침을 열어 주셨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학교 공동체 장학의 날'에 한 학년 전체 수업을 학부모들께 공개하였다. 보통 공개 수업을 하는 한 학급만 개방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의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럴 때 나는 교육 행정 담당자의 입장에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인정, 격려, 칭찬의 말씀을 드리게 된다. 물론 분발을 촉구하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올해는 주로 '세상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제의 말씀을 드렸다. 어느 책에서 본 '전기톱이 들어와 도끼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된 줄도 모르고, 도끼날을 갈면서 열심히 나무를 찍어내는 벌목공' 이야기를 소개하며, '변화하는 세상과 단절된 채로 스스로의 세계에서만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시대에 뒤떨어진 교직원이 된다.'는 내용을 전하려 했다.
많은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의 생각과 관점, 지향이 다르기 때문에 장학 활동에 대한 견해도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장학사'라는 말이 더 이상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의 대명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학사'라는 말이 친근하고 든든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의 추석은?…두 아들과 고향 찾아 "경치와 꽃내음 여전해"
홍준표 "김건희, 지금 나올 때 아냐…국민 더 힘들게 할 수도"
홍준표 "내가 文 편 들 이유 없어…감옥 갔으면 좋겠다"
조국, 대선 출마 질문에 "아직 일러…이재명 비해 능력 모자라다"
[단독] 동대구역 50년 가로수길 훼손 최소화…엑스코선 건설 '녹색 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