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대사관은 지난 1973년 10월10일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김대중 납치사건'을 지시했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승인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미 국가안보기록보관소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1973년도 비밀 외교문서' 가운데 주한미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문서에서 드러났다.
73년 8월8일 발생한 납치사건 당시 도쿄 현장에서 주일한국대사관 김동운 서기관의 지문이 발견돼 중앙정보부의 개입 및 박 대통령의 관련 여부가 국내는 물론 한일간 첨예한 쟁점이 됐으며 지금껏 핵심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와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측은 사건 직후부터 한국 정부기관의 관련성을 주장해 왔으나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관련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지난 3월30일 정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서도 한국 정부 기관의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기록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제3자'였던 주한미대사관의 공식문서에서 이 같은 기록이 확인됨에 따라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며 향후 '김대중 납치사건'을 재조사하게 될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필립 하비브 주한미대사는 지난 73년 10월10일 미 국무장관에 보고한 외교문서(2급비밀)에서 "사실상 납치사건은 중앙정보부의 행위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지시하에 이뤄진 게 확실하다"면서 "박 대통령의 명백(explicit)하거나 암묵(implicit)적인 승인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정부는 계속해서 한국 정부나 어떤 기관도 납치사건에 개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했다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중앙정보부가 납치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아무도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으며 심지어 정부 고위 인사들도 중앙정보부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논쟁하지를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납치사건을 둘러싼 한국 권력핵심부의 암투도 거론했다.
보고서는 "(납치사건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김종필 총리, 박종규 경호실장간 경쟁을 심화시켰다"면서 "김 총리와 박 경호실장, 많은 정부내 인사들은 납치사건을 대일관계를 위태롭게 하고 한국의 대외이미지를 심각히 손상시킨 중대한 실수라며 이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73년 9월7일 미 국무장관이 백악관, 국방장관 등에 전달한 납치사건 관련 문서에 따르면 사건 직후부터 일본은 납치사건이 일본의 대한(對韓) 원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의 납치관련 시인 및 사과, 관련자 처벌, 김대중의 자유여행 보장 등을 요구하며 조기해결을 압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잇따라 본국에 보고된 주한미대사관의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납치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한일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될 것을 우려, 양국간 타협을 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대사관의 1973년 10월27일 보고문서에 따르면 한일간에 납치사건을 사실상 매듭지은 지난 1973년 11월2일의 김종필 총리 방일도 납치사건 협상 과정에 일본측이 먼저 요구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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