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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할 말·못할 말은 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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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한 표가 아쉬운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피가 마르는 듯 보인다. 그래서 유권자가 모이는 곳이라면 장소를 불문하고 달려가 "나를 뽑아 달라. 내가 소속한 정당을 선택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한 채 막말을 쏟아 내는 것을 보고 있자면 걱정스러움을 넘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28일 포항 환호해맞이 공원. 이날 공원에는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대회가 열린데다 휴일을 즐기는 가족 산책객들까지 나와 만원을 이뤘다. 절대 다수는 어린 학생들이었다. 점심 때를 넘기자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꼬리를 물고 이 곳에 유세차를 세웠다.

한 후보는 차량에 올라 "백주에 야당 대표를 테러하는 나라, 정신없이 북한에 퍼주기만 하려는 정부" 등등의 말로 수위를 끌어 올리더니 급기야는 "그래서 이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했다.

조금 뒤 나타난 다른 후보도 목청을 돋웠다. "반대만 하는 무책임한 정당, 공천장사하는 정당, 그런 정당 그런 사람들에게 표를 줘서는 안된다."고 소리를 질렀다. 또 다른 후보는 "여도, 야도 모두 썩었다. 자치행정에 정치가 왠말이냐."며 기존 구도 청산을 외쳤다.

이들의 연설을 지켜보는 일반 시민들은 몇 안됐다.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이들은 미술대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었고, 부모의 손을 잡고 산책나온 어린이들이었다. 그래서 연단을 내려갈 때 신경이 쓰였던지 어떤 후보는 "학생 여러분, 그래도 즐겁게 생활하세요."라며 앞의 연설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매일같이 신문이나 TV에 나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어른들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하고 "무능하고 썩었기 이를 데 없는 지도자들, 모두가 썩었다."고 외쳐대는 장면을 지켜보는 학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초교 6학년쯤 돼 보이는 한 학생이 자리를 뜨며 아버지에게 하는 질문이 들렸다. "아빠, 그럼 누굴 뽑아야 돼?"

박정출 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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