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오후 주재한 정책홍보토론회는 집권여당의 사상 최악의 참패로 기록된 5.31 지방선거 후 첫 공식석상이란 점에서 공직사회와 정치권의 큰 관심을 모았다.
선거 패배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진단은 정확히 어떤 것이고, 또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끌고갈 것이냐 등 각종 의문에 대한 해답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서였다.
선거 다음날인 1일 노 대통령이 선거결과에 대해 원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여당은 멀리 보고 지혜를 모으자"고 말한 것도 이러한 관심을 증폭시킨 배경이 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언론정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정책홍보시스템'에 대한 소회와 평가를 전달하면서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대화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방귀 질 나자 보리양식 떨어진다'라는 속담을 인용, "손에 좀 익어 뭔가 좀 할 상 싶으면 끝난다"며, 자신이 성안한 정책홍보시스템에 대해 '자부심 반, 아쉬움 반'이란 소회를 피력했다.
"공무원과 손 맞추어 이 수준까지 만들었다니 감격한 기분인데 이제 공무원들과 손발을 맞춰 제대로 해 보려고 하니 임기가 다 되어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감격해 마지 않는 이유로 주위의 심한 반대를 들었다.
장관들과 비서실 참모들도 시스템 성공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발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으나 결국 보란듯이 해냈다는 얘기였다.
이 대목에서 노 대통령은 "정책홍보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반발이 있었고, 그래서 선거에서 패배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해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그런 인과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두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되는,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며 선진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민심의 흐름이 표출되는 선거보다 제도와 정치구조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만큼, 멀리 보고 제도 선진화를 위해 합심하고 노력하자는 메시지였다.
노 대통령은 캐나다의 브라이언 멀루니 전 총리가 이끈 보수당의 선거결과를 그 사례로 눈길을 끌었다. 90년대초 멀루니의 보수당이 세제개혁을 추진하다가 총선에서 집권 과반여당의 지위를 잃고 2석으로 전멸했지만, 멀루니의 혜안이 있었기에 오늘날 캐나다의 성공과 함께 지난해 보수당의 재집권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자부심 강한 사람에게 창고 열쇠를 맡기면 도둑을 안맞는다"며 "정책홍보시스템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제도라면 살려가자"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저도 정치를 하는 동안 순풍은 13대 때 뿐"이라며 자신의 정치역정도 소개하며 공무원들에게 용기와 신념을 잃지 말 것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호남당 했다고 선거에서 떨어지고 항상 역풍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대통령 선거 그 해에도 마지막 20일까지 역풍 속에서 헤맸지만 대통령이 되었다"며 "인간 만사 다 그런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청와대측이 "비공개 행사에서의 대통령 발언은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들어 비공개에 부치는 바람에 3일 일부 언론에 노 대통령이 "여당의 선거참패는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거두절미된 상태로 보도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청와대측은 보도내용과 전후 맥락에 대한 확인요청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버텼지만 여당의원들이 발끈하면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자 3일 오후 2시가 돼서야 문제가 된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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