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치른 4일 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전국 곳곳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서울광장에 2만명, 상암경기장 1만5천명, 청계광장과 광화문 교보빌딩 주변 1천여명,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1만명이 모였으며 인천, 대전, 대구 등 주요 도시에 '붉은 물결'이 넘쳐 흘렀다.
이날 오후 5∼6시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갓난 아기를 업고 온 가족부터 중·고교생, 대학생, 출근 걱정을 제쳐놓고 거리로 나선 직장인까지 국가대표팀 응원에 모두 한몸이 됐다.
'밤 잠을 잊은' 축구팬들은 붉은색 티셔츠와 야광 악마 뿔이 달린 머리띠 등 액세서리로 한껏 치장하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경기 시작 전 서울광장에서는 SKT와 SBS가, 상암경기장에서는 MBC가 대형무대를 마련해 이효리씨와 싸이 등 유명 가수들이 총 출동, 신나는 춤과 노래로 응원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후반전 시작 6분께 우리팀의 골이 터지자 대형 전광판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로 부둥켜 않고 기쁨의 함성을 질렀으나 잇따른 실점에 아쉬움의 탄성도 터져나왔다.
가나팀에 3번째 골을 내준 뒤 일부 시민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으나 대다수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파이팅!"을 외쳤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여기저기서 음악에 맞춰 꼭지점 댄스를 추거나 사진을 찍는 등 응원 자체를 축제처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구 국채보상공원에서 응원한 시민 1천여명은 한국팀이 이번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본선에 임해 주기를 희망했으며,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서 응원한 박주희(23.여)씨는 "박지성이 꼭 골을 넣었으면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에서 키다리 피에로 차림으로 경기를 응원한 김태훈(20)씨는 "한국팀을 응원하려고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경기에 져서 아쉽다. 하지만 평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 경기에서 꼭 승리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피에로가 직업인 김씨와 친구 6명은 2m30㎝의 키다리 분장으로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인 존 스미스(40)씨는 "새벽까지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다같이 붉은 옷을 입고 같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새벽 2시까지 지하철 운행을 연장해 시민들이 마음 편히 거리응원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가운데 늦은 밤 시민들의 응원소리에 서울광장 주변 호텔에 투숙한 손님들은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응원소리 때문에 외국인 손님들이 항의할까봐 긴장하고 있다. 응원전이 있을 때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손님들에게 '월드컵 응원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해 주지만 계속 항의하는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전경 400여명을 서울광장과 상암경기장 등에 배치했고, 응원전을 주최한 측에서도 서울광장 200명, 상암경기장 170명, 청계광장 140명의 자체 안전요원을 동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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