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축구팬인 회사원 김성훈(40·대구 달서구 송현동) 씨는 독일월드컵이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새벽시간에 벌어지는 월드컵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
그는 점심 시간을 이용, 틈틈이 낮잠을 자거나 보양식을 먹으며 체력을 유지할 생각이다. 김 씨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인 '유로 2004'가 열릴 때도 밤을 세다가 낮에 조는 바람에 업무에 지장을 받아 회사에 미안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월드컵대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제법 비장한 각오까지 내보였다.
9일 독일 월드컵의 개막과 함께 '올빼미족'을 연습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차 탓에 대부분 경기가 새벽시간에 중계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노영심(35·여·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자동차 운전을 되도록 삼가하기로 결심했다. 노 씨는 "운전만 하면 몸이 피곤해 지는 체질이라 체력을 아끼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월드컵을 위해서라면 생활 스타일을 바꾸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자신했다.
이른바 '새벽 닭'도 적지 않다. 밤을 새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월드컵 중계를 보겠다는 것.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장동환(31·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낮에 끊임없이 고객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하면 못 견디는 스타일"이라며 "되도록 일찍 퇴근해 잠을 청한 뒤,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명진(23·여·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도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했다. 이 씨는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눈을 붙인 뒤 대형 TV로 월드컵 경기 중계 방송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김영태(27) 씨는 친구들과 합심해 대형 TV를 갖춘 원룸을 통째로 빌렸다. 부모님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새벽에도 마음껏 월드컵을 즐기겠다는 것. 김 씨는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한 뒤, 친구들과 함께 원룸으로 가서 실컷 월드컵 중계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밤을 새는 사람들이 늘면서 족발이나 통닭 등 야식 배달 전문점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야식집을 운영하는 이태환(48·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주문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충분한 식재료를 준비해놓고 있다."고 대비책을 알려줬다.
치킨전문점 업주인 전모(43) 씨는 "영업 시간을 새벽 3시까지 연장하고 아르바이트생도 2명이나 더 구하는 등 늘어날 주문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