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라열 총학생회장이 12일 학생들에 의해 탄핵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황씨가 자신의 이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학생들을상대로 설득력있는 해명을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60년 서울대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총학생회장 탄핵은 황씨가 선거과정에서 '이력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촉발됐으며 그동안 의혹을 해소하려는 황씨의 해명노력이 학생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어느정도 예견돼 왔다. 그가 일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를 했음에도 학생들은 이를 변명과 '회피하기' 로 느끼면서 황씨는 학생들의 신뢰를 잃게 됐고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다. 이날 황씨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출석 대의원 56명 중 절대다수인 51명이 탄핵에 찬성한 점은 황씨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어느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사태가 탄핵까지 이르게 된 데는 황씨가 청문회에서 보여 준 애매하고 말을 돌리는 듯한 태도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황씨의 잘잘못을 떠나 청문회 이후 급속하게학내 여론이 황씨에게 등을 돌렸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청문회에 참석한 인문대 3학년 김모(22)씨는 "이력을 과장하고 부풀렸다는 점보다도 청문회에서 황씨의 무성의하고 성실하지 못한 태도가 대다수 학생들의 불신감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씨 탄핵을 그로 대변되는 반(反)운동권 세력에 대한 기존 운동권 세력의 반격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운동권과 비운동권 세력 간 대립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총련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황씨는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한총련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기존 총학생회와 관계를 맺어온 후원대행업체의 비리 의혹을제기하는 등 운동권 세력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날 탄핵안 발의를 주도한 단과대 대의원들의 다수가 운동권 계열 학생회 소속인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들은 황씨의 허위 이력과 아울러 한총련 탈퇴 과정의 비민주적 행위와 학내구성원 간 갈등 증폭 등 일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유를 탄핵 사유로 들었다.
사범대의 한 대의원은 이날 전학대회에서 "한총련 탈퇴 선언 며칠 뒤부터 황씨이력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며 "이력을 속인 황씨에게 분명히 잘못이있지만 한총련 탈퇴에 대한 운동권의 반격 성격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단 황씨 등 제49대 총학생회의 퇴진으로 서울대 학생회는 앞으로 단과대 학생회장단의 연석회의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반운동권 총학생회가 물러남으로써 당분간은 학생회 내에서 운동권 혹은 운동권에 심정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대의원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올 가을 제50대 총학생회장단 선거를 앞당겨 치를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가뜩이나 학생회에 관심이 적었던 일반 학우들의 학생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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