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국인의 가치관

민심의 동향이나 서민 여론의 추이를 알아내려면 택시 운전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들은 영업권의 지역 민심이나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 등을 많이 듣고 별 여과 없이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여러 번 택시를 갈아타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요즘은 각종 여론조사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다소의 신뢰감 문제가 따르긴 해도 설득력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방향감각을 잃고 자신감마저 흔들리는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고, 경제는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가치관이 날로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본주의'공동체주의'가족주의'교육의 숭상 등은 체제와 동서양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로 존중돼 왔지만, 그 사정은 적잖이 달라지는 세상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만족을 잃어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사회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며, 가장 불안한 문제는 '노후 대책'이다. 게다가 정치'경제 현실에 대한 만족도는 20년 전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한국사회학회 전기 대회에서 발표된 가톨릭대 구도완 연구교수 등의 논문 '한국인의 가치 변화'에 따르면, '일자리 부족 심각'이 88.5%나 된다.

○…구 교수 등이 한국리서치에 의뢰, 성인 1천255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해 쓴 이 논문은 그 다음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는 빈곤(88.3%), 양극화(84.5%), 부동산(82.7%)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불안도가 높은 문제는 노후 대책이 66%로 가장 높고, 실직'사업 실패(65.7%), 질병(62.7%), 범죄(61.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노후 대책과 실직'사업 실패는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이 조사'연구에서 드러나듯이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일자리 창출과 빈곤'양극화 극복, 노후 대책과 실직'사업 실패 문제 등이다. 말하자면 거의 모든 문제가 '민생'과 연결돼 있으며, 경제적 환경이 가치관의 중심에 놓이는 세상인 것 같다. 우리 경제가 시대착오적인 가치와 제도에 바탕을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아무튼 정치가 제구실을 하는 날이 절실하기만 하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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