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컨테이너에서 잤지만 별밤이 너무 좋더라

몇 년 전 아이들이 어려 여름이라도 맘껏 피서를 못 가던 때, 친구의 농장에 가서 하룻밤을 잔 건 그 해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였지요.

팔공산 자락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농장은 친구가 몇 년 동안을 힘들여 가꾸어 놓은 곳이었습니다.

친구는 조경에도 신경을 써 각종 나무며 돌, 항아리 등등…. 멋지게 장식을 해둔 데다 컨테이너 박스를 방으로 꾸며놓고, 큰 나무 아래 평상도 만들어 두고, 또 큰 나무에 끈을 묶어 멋진 그네도 만들어 두었더군요. 모두들 그 아기자기함에 놀라워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 농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감탄할 것 많이 나오더군요.

오리장에다 닭장 등 각종 가축들이 종류별로 있는 데다 각종 야채와 과실수로 가꾸어 놓은 텃밭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답니다.

직장을 다니며 주말 시간을 내어 이렇게 가꾸어 놓았다니, 곳곳에 묻은 친구의 손때를 보니 그 동안 노고를 짐작할 만했답니다.

낮 동안은 아이들과 같이 고구마줄기도 따고, 오이도 따며 놀 수도 있었고, 밤에는 도시의 하늘에는 볼 수 없었던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메우며 나타나 아이들은 신기해 했답니다.

거기다 밤이 깊어질수록 산 속의 차가운 기운에 여름더위도 잊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이야기할 수도 있었지요.

농장 한 칸의 컨테이너에서 모두들 새우잠을 자야 했지만 뭔지 모를 충만함이 가슴 가득 채워지는 그런 밤이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니 그날이 그리워지네요. 올해도 그런 멋진 여름휴가를 보낼까 합니다.

권은주(대구시 북구 관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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