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의 창] 프라하 도심을 울린 탄식

한국 대표팀이 프랑스와의 결전을 하루 앞둔 17일 경기 장소인 라이프치히로 이동한 날 라이프치히에서 기차로 3시간여 떨어진 체코의 프라하는 평온한 토요일을 즐기고 있었다. 휴일을 맞아 프라하 시민들은 물론 라이프치히에서 경기를 가졌거나 가질 월드컵 출전국 응원단들도 잠시 관광차 프라하를 찾았다. 한국의 붉은 악마 응원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광주에 거주하는 이병헌(55)씨도 혼자 배낭을 메고 프라하를 찾았다. 그는 러시아의 상페테르부르크와 에스토니아를 거쳐 프라하로 왔으며 19일 오전4시 라이프치히에서 한국과 프랑스와의 경기에 대한 거리 응원에 참가한 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계속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프라하의 관광 명물인 카를 다리와 대통령궁(대통령 부재시에는 국기가 반기로 게양되는데 이날은 반기로 게양되었다) 등에는 프라하 시민들과 관광객의 인파로 넘쳐났고 도심 곳곳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카를 다리 인근에는 독일의 도시처럼 대형 전광판이 놓인 거리 응원장이 마련돼 있었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 중 강호이면서 보루로 남아있는 체코와 역시 부진 속에 헤매이는 아프리카 국가인 가나와의 일전이 이날 벌어졌다.

체코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경기 결과는 가나의 2대 0 승리로 끝났다. 가나는 이날 승리로 아프리카의 희망으로 남게 됐다. 프라하 거리에는 패배의 아쉬움에 대한 탄식이 길게 이어졌다. 세계 정상권의 강호이면서 최근에는 월드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체코는 우승후보 이탈리아와 16강 진출을 가리게 됐다.

이날 오후 프라하에 온 붉은 악마들은 라이프찌히 행 열차에 몸을 실었고 이병헌씨도 라이프치히 거리 응원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패배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은 프라하 거리에 갑자기 쓸쓸한 바람이 불어왔다.

프라하(체코)에서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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