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일본 언론은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전날 라쿠텐전에서 터뜨린 23호 홈런보다 기발한 발상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 번트에 더욱 집중했다.
이승엽은 이날 1-2로 뒤진 6회 2사 1,3루에서 떨어지는 커브에 3루쪽 기습 번트를 감행했다.
이는 철저히 잡아 당기는 자신을 막기 위해 '시프트'(shift) 수비를 펼친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키기 위한 영리한 플레이였다.
'이승엽 시프트'란 유격수는 2루 뒤로, 3루수는 유격수쪽으로 옮겨 1,2루간에만 3명을 포진시켜 이승엽의 타구를 막겠다는 작전이다. 라쿠텐의 노무라 감독은 3연전 내내 이승엽이 나오면 이런 수비를 펼쳤다.
홈런도 좋지만 현재 요미우리의 공격으로 볼 때 일단 동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후 2003년까지 1천143경기를 뛰는 동안 희생번트가 6개에 불과했던 이승엽은 익숙하지는 않지만 동점을 위해 '기교'를 부렸다.
이승엽은 상대의 허점을 노리고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번트를 댔다. 3루쪽으로 흘러가는 번트에 좌투수 가와모토 야즈유키는 역동작에 걸려 타이밍을 놓쳤다. 유격수쪽으로 치우쳤던 3루수 페르난데스가 허겁지겁 뛰어와 볼을 낚아챘으나 이미 이승엽은 1루에서 세이프된 뒤였다.
이 상황이 일본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3루 주자 스즈키 다카히로가 홈으로 쇄도하지 못하고 어처구니없게 3루에 머물렀던 것이다.
결국 이 때 점수를 뽑지 못해 1-2로 패한 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이승엽은 득점에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을 택했다. 아무리 얘기를 못 들었다지만 3루 주자나 3루 주루 코치가 번트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큰 문제"라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스즈키는 "머릿속이 텅 비어 몸이 굳었다. 정말 죄송하다"며 사죄했고 니시오카 주루코치 또한 "주자가 머뭇거리게 만든 내 책임이 크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승엽은 "스즈키에게 귀띔이라도 해줄 걸 그랬다"며 오히려 그를 감쌌다. 그는 오제키가 베이스를 지나쳐 홈런 무효를 야기했을 때도 그를 옹호했다.
요미우리 계열의 '스포츠호치'는 전날 페르난데스의 평범한 플라이를 놓쳐 역전을 허용한 2루수 기무라의 수비와 스즈키의 주루플레이 등을 싸잡아 비난하며 '이런게 과연 70년 역사의 요미우리 야구냐'며 혹평했다.
동료들의 넋나간 플레이로 이승엽의 활약은 벌써 두 번이나 빛을 잃었다. 하지만 세밀한 야구에 강한 일본 선수들 앞에서 절묘한 번트로 도리어 그들을 한 수 가르쳤고 실수를 감싸주기도 했다.
요미우리의 4번타자 이승엽이 야구에 있어 진정한 '거인'(巨人)으로 성장한 듯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