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 미래의 태극전사" 영주 풍기중학교 축구부

경북 최북단 소백산 아래(영주시 풍기읍 동부리)에 위치한 풍기중학교 축구부가 전국대회에서 각종 상을 싹쓸이 하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떨어진 축구화, 검게 그을린 얼굴, 하얗게 드런낸 잇빨, 밝은 웃음, 좁은 운동장, 늘어선 고목나무 등으로 각인된 비록 보잘 것 없는 시골 중학교 축부팀 이지만 이들의 가슴엔 태극전사의 꿈이 몽글고 있다.

전교생 289명에 교사는 31명의 시골학교. 이곳에서는 오전 6~7시30분, 오후 2~5시 및 7~8시30분 등 하루 6시간 운동장을 누비며 태극전사의 꿈을 키우는 26명의 축구선수가 있다. 이들에겐 오전 학교수업 의무, 시합 전에는 2주이상 합숙훈련을 하기 때문에 집에는 아예 갈 생각도 못한다.

하지만 어린이 답지 않게 훈련에 임하는 이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거미손을 꿈꾸는 키 185㎝의 남기정(15·3년), 안정환을 꿈꾸는 이정환(15·3년), 박지성을 꿈꾸는 이철주(15·3년), 차두리를 꿈꾸는 이영상(15·3년), 욕심이 많은 신근식(13·1년), 감독을 꿈꾸는 구승회(13·1년) 군 등은 힘든 훈련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초교 5학년때부터 축구를 했다."는 남기정 군은 "지난해 서울 목동중과 4강전때 승부차기를 막아 결승 진출을 하게 된 것이 가장 기뻤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 코치와 교장 선생님, 부모님의 보살핌이 늘 커다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약한 팀과 게임을 해서 질땐 자존심이 상해 동료들과 밤세워 학교 운동장을 돌며 축구연습을 했다."는 악발이 이정환 군은 "공부도 열심히 해서 부모님이 원하는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1975년 창단한 이래 99년 '금석배' 3위에 이어 지난해 '제60회 전국중학교선수권대회' 준우승과 '경북학생체육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 학교 축구부는 올해는 '경북리그 15회', '소년체전 제2회', '춘계중학교 연맹전', '대구시장기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주장인 이정환·이철주 군은 쥬니어 국가대표에 추천이 돼 있고, 백지훈 선수 등 많은 졸업생은 축구명문고인 포철공고와 안동고 등에 진학, 태극전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정대훈(30·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 풍기중 코치는 "풍기 초교를 다닌 게 인연이 돼 이 학교 코치를 맡게 됐다."며"후배들이 승승장구 하는 모습에 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박정서(61) 교장은 "시골학교 학생들이 고강도 훈련을 통해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전국대회에 상위 입상하는 등으로 꿈을 키워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울 뿐"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