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설노조 왜 거리로 나섰나?

19일 대구 도심 퇴근길. 주요 교차로마다 차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운전자들은 "무슨 일이냐"며 교차로마다 자리잡은 경찰관들에게 물었다. "건설노조가 가두시위에 나섰다."는 경찰의 대답만 되돌아왔다. 이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구경북 건설노조의 잇따른 시위. 도대체 그들은 왜 거리로 나선 것인가?

◆생존권을 보장하라="아내가 대형 소매점에 나가 일합니다. 제가 한푼도 못벌어다 줄 때가 많으니까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는 김진용(48) 씨는 입에 풀칠할 만큼의 임금이라도 달라는 생존권 요구라고 했다.

2천500여 명의 근로자가 가입해 있는 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가 지난 1일부터 파업과 가두시위에 들어간 이유라는 것.

"다단계식 하도급 구조가 최근 심화, 하도급 단계를 한계단씩 내려갈 때마다 공사비가 깎이고 결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추락합니다. 하루에 6, 7만원 벌기도 힘듭니다. 날씨가 안 좋아 쉬는 날까지 포함하면 한달 고작 보름도 채 일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정을 꾸려 나가겠습니까? 게다가 이마저도 체불되기 일쑵니다." 2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목수일을 했다는 대구경북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은수(44) 씨는 하소연했다.

건설노조는 ▷임금 20% 인상 ▷시공참여 제도 폐지 ▷불법 하도급 근절 ▷조합원 우선 고용 등의 요구안을 내걸고 있다. '시공 참여제도'란 1990년대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도입된 제도로서 건축물 실제 시공담당자인 팀장에게 독자적 건설권한을 준다는 것인데, 자신이 인솔하는 근로자를 데려오는 이 팀장 제도가 결국 하도급 원인이 되고 있다는 노조 측 주장이다.

◆사용자 측 입장=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임금인상과 관련, 역내 전문건설업체의 자금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현재보다 10% 정도 임금을 더 올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

불법하도급을 완전히 없애고 불법하도급을 낳는 근원적 제도인 '시공 참여제도'도 폐지하라는 노조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법적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완전폐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적으로 정해진 부문을 업체가 마음대로 손볼 수 없다는 것.

이런 가운데 건설교통부는 이 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상을 통한 타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와 대구노동청 등은 노사간 협상을 적극 중재, 조만간 타결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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