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상처만 남은 환경미화원의 투쟁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칠곡군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환경미화원 노조의 강경투쟁이 일 년 만에 막을 내렸다.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직장이 문을 닫으면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자 거의 일 년 동안 군청 정문 앞에서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며 천막농성 등 강경투쟁을 벌여왔다.

노조원들이 자진해서 천막을 철거하던 날, 침통한 표정으로 천막 안을 정리하던 민노총 대구경북 공공서비스노조간부 김모 씨는 "이렇게 살기 어려운 세상, 어디 투쟁 않고서 살아갈 수 있겠습디까?"라며 아무런 소득없이 물러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당초 12명으로 복직투쟁을 시작한 노조원들은 이제 단출하게 4명만 남았다. 동료들이 하나 둘씩 떠나도 마지막까지 남아 투쟁해 온 이들은 복직의 길은 멀어지고, 생활도 궁핍해져 더 이상 버틸 기력을 잃은 상태였다. 고 2의 딸과 중3 아들을 둔 송모(39) 씨는 "20대부터 시작해서 15년 동안 배운 것이 이 일뿐이라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다."며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했다.

일년내내 노조원들의 시달림을 받아온 칠곡군청 직원들은 노조원들의 자진철수 소식에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군청의 한 간부는 "그동안 노조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며 "더 이상 온정을 베풀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1년 동안의 극한 투쟁의 결과로 이들이 얻은 소득은 아무것도 없다.

군청은 '행정력 훼손'이라는 상처를 입었고, 노조원들은 주민들로부터 '투쟁꾼'이라는 오명만 얻었을 뿐이다.

목숨을 건 투쟁도 군청점거 사태와 5·31 지방선거 때 군수를 비방한 혐의 등으로 인해 결국 동료들의 구속사태만 불러 '상처만 남은 투쟁'으로 끝났다. 노조원들이 쓸쓸히 농성천막을 철거하는 모습을 쳐다보던 군청의 한 직원은 "결국 군청과 노조원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을 뿐"이라고 한마디로 말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관장 망신주기' 논란과 관련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응원하며 이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했다. ...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해 대구 시민의 식수 문제 해결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당...
샤이니의 키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주사이모'에게 진료를 받았다고 인정하며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S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