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낭메고 월드컵 속으로)뮌헨 호프집의 '대~한민국'

뮌헨이다. 지난 뮌헨역, 뮌헨광장의 광란의 낯과 밤은 자취를 감췄다. 거리는 깨끗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려졌던 광장 분수가 보였다.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사람들은 상점 쇼윈도에 설치된 TV로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지나가던 이도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목을 축이려 호프브로이로 갔다. 다양한 인종, 각양각색의 피부색이 시선에 들어왔다. 앉을 자리조차 없이 빽빽하다. 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니 붉은 악마팀이 나타났다. 이국땅에서 만난 반가운 붉은 물결 속으로 합류했다. 모두 지난 한국-프랑스전의 응원으로 목소리가 허스키했다.

"대~한민국!"

낯익은 리듬을 타고 어디선가 자랑스런 조국이 나타났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화답하자 점점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박수소리에 맞춰 술잔을 테이블에 쳤다. 탕탕탕 탕탕! 쿵쿵쿵 쿵쿵! 끝도 없이 울려퍼지기 시작한 대한민국. 누가 이끈 것도 아닌데 붉은 악마들은 홀의 중앙으로 나와 긴 줄을 만들었다. 테이블 사이를 구불구불 돌아다니며 릴레이 응원을 펼쳤다. 웃으며 그 줄에 합류하는 외국인들.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사람들. 모두 다 함께 '월드컵송'을 불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물결은 장내를 장악했다. 키 큰 백인이 그 큰 손을 내 어깨에 올리고 내 조국을 외쳤다.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을 외칠 때의 그 짜릿함이라니.

얼마나 흘렀을까.

호프브로이 밴드가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아리랑이 세계인의 언어가 되고 노래가 됐다.

내 눈 앞에는 '대한민국으로 하나된 세계'가 펼쳐졌다. 그 하나됨은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이어졌다. 감동이다.

김혜옥(배낭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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