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나우두, 대기록 세우며 명예 회복

과체중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삼바군단'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30.레알 마드리드)가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했다.

2006 독일 월드컵 F조 브라질-일본 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린 23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 월드컵 경기장.

비겨도 탈락하는 일본은 배수의 진을 치고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 붙여 전반 34분 다마다 게이지의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우승 후보 브라질의 자존심을 살린 건 앞선 두 경기에서 무거운 몸놀림으로 '비만' 의혹을 사며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던 호나우두였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과체중' 발언과 기대 이하 활약 탓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최근 체중이 5㎏이나 빠졌다던 호나우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특유의 유연한 몸놀림과 탁월한 위치 선정능력, 빼어난 골 결정력까지 선보이며 주위의 우려를 기우로 바꿔놨다.

호나우두는 0-1로 끌려가던 전반 인저리 타임 때 호나우지뉴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시시뉴가 배달하자 헤딩슛으로 정확하게 일본의 골문을 흔들었다.

'98 프랑스 월드컵 4골과 득점왕을 차지했던 2002 한.일 월드컵 8골에 이어 1골을 보태 통산 13번째 골을 기록, 자신의 우상이었던 '축구 황제' 펠레를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호나우두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라질은 후반 두 골을 몰아치며 3-1로 확실한 승기를 잡았고 호나우두는 후반 36분 주앙과 삼각패스를 주고 받은 끝에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차 4-1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통산 14호골로 월드컵 통산 최다득점 보유자인 게르트 뮐러(독일)와 부문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호나우두는 일본의 수문장 가와구치 요시카쓰의 선방이 없었다면 몇 골을 더 뽑을 수 있었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깨를 짓눌렀던 '뚱보' 비난을 잠재우며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진 것에 위안을 삼았다.

호나우두는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매우 향상된 모습을 보여 기쁘다. 키워드는 인내였다. 나는 모든 어려운 여건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소회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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