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살림과 죽임', '분리와 통합'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과 악마(devil)는 거의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수가 광야에서 40일을 기도와 수행으로 보낼 때 악마는 모든 종류의 창세능력을 보이며 예수를 유혹한다. 자신과 함께 아버지인 하나님을 죽이고 세상을 함께 지배하자는 결정적인 제안을 한다. 혼신의 힘으로 유혹을 뿌리친 예수는 도리어 자신을 내어놓아 죽이는 십자가의 길을 선택한다.

악마 dveil의 어원은 '분리' '분열' 이다. 공통성과 동일성, 일체성 그리고 유기성(有機性)을 나누고 쪼개는 것이다. '차이' 내는 것을 본질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악마가 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능력은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이다. 생명은 통합이요 유기적 일체이다. 머리를 분리하고 팔다리를 분리하고 세포하나, 하나를 분리하면 더 이상의 삶은 없다. 사회적 생명, 지구적 생명, 전우주적 생명 또한 마찬가지이다.

루시퍼는 원래 천사의 우두머리였다. 하나님과의 분리를 선택함으로서 악마가 된다. 분리의 출발은 우주적 일체성으로서 하나님을 부정하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우주적 일체성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또 다른 실체로 여긴 루시퍼는 그 자리를 탐하게 되고 스스로 죽임의 권세를 모두 장악한 악마가 되고 만다. 루시퍼는 죽지 않는다. 영원한 시간 동안 오직 분리하고 죽이는 일만을 반복한다. 최초의 분리가 끊임없는 죽음의 역사로 이어진다.

예수는 우주적 일체성을 회복하고 영원한 죽음의 역사를 종결시키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선택한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한 것은 '분리 일면'의 상징이다. 이를 통해 원래의 우주적 일체성의 시대를 상기시킨다. 이어 부활이라는 '살림'의 이벤트를 통해 그것이 회복 완성되는 길을 확정하여 보여 준다. 분리의 주체인 허상적 실체를 해체함으로서 통합의 생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은 유기적 공생체의 전형을 보여준다. '십자가'와 '부활'을 반복하며 우주적 일체성의 현실을 증명한다. 수없이 많은 루시퍼와 예수가 출몰하고 대응한다. 살림과 죽임의 권력이 충돌하고 분리와 통합이 내용과 순위를 바꾸어 되풀이 된다. 그만큼 유기성의 밀도가 높아지고 고도화 된다. 99%의 차이가 있더라도 1%의 공통성은 능히 생명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1%가 아닐까

황보진호 하늘북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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