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진출 꿈이 좌절됐다. 태극 전사들은 오늘 새벽 치러진 스위스와의 월드컵 예선리그 마지막 결전에서 아쉽게도 졌다. 이마에 피 흘러도 붕대를 감은 채 온 힘을 다해 달렸지만 스위스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우리와 같은 조인 프랑스가 토고를 완파, 16강 행은 4년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차기 월드컵의 숙제로 남게 됐다.
스위스나 우리 선수들은 모두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우리 대신 스위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게다가 심판의 석연찮은 경기 진행은 밤잠을 마다한 채 가슴 졸이며 '대~한민국'을 외친 우리의 기대를 꺾었다. 심판은 경기 내내 우리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려 경기 흐름을 끊었다. 스위스 선수의 결정적인 파울은 자주 외면됐다. 편파 판정에 대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항의에도 주심은 오프사이드 선언을 무시한 채 경기를 진행, 우리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고 말았다.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으나 아쉬움도 적잖다. 매끄럽지 못한 수비라인의 조직력과 찬스를 득점으로 이어 가지 못한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족은 여전히 숙제로 남겨졌다. 차곡차곡 쌓인 실력의 기반이 없고서는 장밋빛 기대는 현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일깨웠다. 월드컵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려면 아직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은 아시아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국내 리그에 대한 축구 팬의 관심과 성원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리그는 무시한 채 우리보다 앞선 외국의 경기에만 열광하고서는 우리 내부의 실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스포츠는 요행이 아니라 실력으로 가늠하며 실력의 향상은 땀과 성원이 한데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국내외에서 펼쳐진 우리의 붉은 응원 물결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온 국민이 하나된 '대~한민국' 함성은 흥분에도 불구, 일탈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다.
16강행은 좌절됐지만 우리는 결코 지지 않았다. 더 나은 내일에의 희망이 우리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싸운 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일상으로 돌아가 월드컵에 가려졌던 일들에 다시 눈을 돌리는 건 내일의 희망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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