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브라질 축구, 월드컵 탈락으로 거센 후폭풍

수년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고수하며 세계 최강을 자랑해온 브라질 축구가 독일월드컵 탈락으로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조별 예선부터 무기력한 플레이로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이던 브라질은 8강전에서 프랑스에 0대 1로 패하면서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을 향한 꿈이 허망하게 사라진데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면서 "아무도 패배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비난까지 들으며 예상 밖의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다.

3일 오전(현지 시간) 선수단과 떨어져 리우 데 자네이루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파헤이라 감독은 공항에서 기다리던 언론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마저 보여 축구팬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짧은 '패배의 변'이라도 듣고자 했던 축구팬들은 파헤이라 감독이 언론을 피해 꽁무니를 빼는 모습을 보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으며,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의 복귀를 외치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날 새벽 상파울루 인근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선수들도 공항 검색대를 통하지 않고 활주로에서 곧바로 준비된 승용차로 공항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축구팬들을 더욱 자극했다. 그나마 유럽의 프로팀에 적을 두고 있는 선수들은 자국 내 축구팬들의 비난이 두려워 귀국하지도 않았다.

이웃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독일과의 8강전에서 선전 끝에 패한 뒤 귀국하면서 3천여 명의 환영객들에게 묻혀 다음 월드컵을 기약한 것과는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2002년 대회 우승 이후 승승장구하던 브라질 축구는 이번 독일월드컵을 계기로 심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감독과 주장 카푸, 수비수 호베르투 카를루스 등 일부 노장 선수들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매직 4인방'의 몰락도 예상된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하던 호나우두도 "2010년 월드컵까지는 더 뛸 수 있다"며 명예회복을 자신하고 있지만 '포스트 호나우두'를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 호나우지뉴와 카카의 입지도 불안한 상황이다.

그동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호나우지뉴는 이날 "모든 비난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며 석고대죄라도 드리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축구팬들의 질책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브라질 축구는 여전히 위대한 역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그의 말도 현재로서는 그다지 설득력을 얻을 것 같지 않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조만간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감독과 주요 선수 교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대표팀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양한 이민사회로 이루어진 브라질에서 월드컵과 축구는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일깨워주는 거의 유일한 도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독일월드컵의 실패는 당분간 브라질 국민에게 상당한 상실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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