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르포 낙동강] ④토착어종 끄리

낙동강에서 10년전만 해도 전혀 보이지 않던 물고기가 새로 나타났다. 작은 물고기를 마구 사냥하며 우점종(優占種·가장 수가 많은 종) 지위까지 넘보는 것은 토종어종인 끄리.

끄리는 당초 섬진강에서부터 북쪽으로 한강, 압록강을 거쳐 연해주 지역까지 분포하고 있었고 지난 95, 96년 낙동강 생태계 학술조사 당시에도 본·지류에서 단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불과 몇년새 낙동강 수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고기가 됐다는 점 자체가 경이로울 정도다.

■언제, 어디에서 왔나?

낙동강에서 끄리가 처음 발견된 것은 96년 임하댐에서였다. 그후 황강, 금호강, 반변천 등 지류쪽에서 발견되기 시작하다 2000년을 전후해 낙동강 본류와 남강 등에서 대량으로 분포하고 있다.

현재는 낙동강과 경남 합천 황강의 합류지점인 적포교 부근에는 끄리가 큰입우럭과 함께 전체 어종의 70%가 넘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이처럼 개체군의 크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서식처가 크게 확장되는 현상은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외래어종으로서 토종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블루길, 배스의 확장속도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다.

흥미로운 사실은 끄리가 원래 서식지인 대청댐과 한강 하류 보다 낙동강에서 훨씬 많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팀의 채병수(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원)박사는 "지난 2000년 조사에서 끄리는 낙동강 본류에서 17% 이상의 분포율을 나타냈으나 대청댐과 한강하류에서는 대조적으로 3% 미만에 그쳤다"면서 "현재로선 끄리가 원래 서식지보다 새로 침입한 낙동강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끄리는 어떤 고기인가?

끄리의 크기는 보통 20~30cm이고 40cm 되는 놈도 있다. 등쪽은 연한 갈색이고 배쪽으로 갈수록 연해져 배 부분은 은백색이다. 이빨을 봐도 그 놈의 생존법을 짐작할 수 있다. 뫼산(山)자 모양의 커다란 입이 매우 무섭게 보인다. 실제로 성질이 난폭하고 작은 물고기, 갑각류, 수서곤충 등을 먹으며 살아간다.

끄리는 블루길과 마찬가지로 강한 포식성을 보이며 작은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먹고 있다. 예전 낙동강에는 끄리처럼 강한 포식성을 지닌 어류가 살지 않았다.

이때문에 끄리가 블루길, 배스 등 외래어종 못지 않게 낙동강 생태계를 교란할 물고기라는 지적도 있다. 낙동강수계의 위천 중류(경북 군위군 소보면)에서 물고기를 채집한 결과 지난 95년 15종의 다양한 어류가 발견됐으나 최근에는 9종 정도로 크게 줄었다. 끄리의 포식성 때문에 나타난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끄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 박사는 "낙동강의 토착 어종들이 끄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미처 습득하지 못한 것이 원인인듯 하다."면서 "앞으로 끄리의 식성, 서식처와 산란처 확보를 위한 타종과의 경쟁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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